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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앙다 Dec 20. 2021

영화, 음식, 그리고 에세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이은선, 북이십일 아르테

 음식은 중요하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것을 눈 앞에 두고 있어도 배고프면 소용없다. 배가 불러야 좋은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먹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먹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취향에 따라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고, 조금 서글프지만 가진 돈이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그러니까 돈을 벌기 시작하면, 아마 다들 먹는 것부터 달라질 것이다. 학생 때는 부담스러워서 먹지 못 했던 음식들을 기념일마다 먹으러 가게 된다. 스테이크가 메인으로 나오는 디너 코스요리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가난했던 그 시절 먹었던 음식들이 여전히 생각나고, 종종 먹고 싶은 거 나만 그럴까? 결혼 후 이사를 오고 나서도, 가끔 서울쌈냉면을 먹으러 청파동에 간다. 뜨끈하고 진한 육수를 한 컵 마시고, 매콤하고 달달한 양념에 비벼 먹는 그 냉면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취업준비를 하던 때, 돈이 없어 왠만하면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가끔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날에는 그 서울냉면을 꼭 사먹고는 했다.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 고소하고 매콤한 냄새는 상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그렇게 음식에는 추억과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영화에 음식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내가 먹는 음식과 그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은 나의 내면의 일부를 표출시키기도 하고 억누르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 속 식사 장면은 인간의 내면을 표현할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영화 속 음식에도 등장한 이유와 인물의 마음이 존재한다. 이 책에 실은 글들은 영화 속에서 슥 지나쳐간, 혹은 인상적으로 기억되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혹은 음식을 매개로 영화와 내가 속한 세계의 연결을 탐지하려는 시도다.
 -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9쪽, 이은선, 북이십일 아르테


 영화와 그 안에 나오는 음식들을 통해 늘어놓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 영화 리뷰라기보단 작가의 삶과 생각이 담긴 에세이에 가까운 것 같다. 잘 나온 음식 사진을 보면 그 맛집을 찾아가게 되는 것처럼, 잘 쓰여진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오늘은 남편과 맛있는 저녁식사 후 좋은 영화 한 편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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