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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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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앙다 Jan 22. 2022

기차 안에서

 보고픈 친구들 만나러 대전 가는 길. 나는 KTX안에 거꾸로 앉아 있다. 때론 반대 방향으로 앉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의 뒷편을 보는 기분이 꽤 신선하다. 평소에는 늘 앞만 보고 달리기 때문일까.


 기차 안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삼 아파트가 정말 많다. 저렇게 집이 많은데, 왜 많은 사람들이 집이 없을까. 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보면 창 밖이 갑자기 캄캄해진다. 터널이다. 그러면 한동안은 차창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면서 간다. 내 표정이 이랬구나. 생각에 빠진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왠지 오그라들어 눈을 다른 데로 돌린다.


 그러다 터널 밖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적한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분명 방금까지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했는데, 금세 시골이 되었다. 집 한 채, 한 채의 간격이 참 넓다. 저런 곳들은 층간소음 걱정이 없겠지. 밤이 되면 조금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또 터널. 그리고 터널을 나오면 이번엔 산이 보인다. 낮은 산들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천사처럼 둘러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 산도 많아. 저 이름 모를 작은 산들에도 등산로가 있을까? 요즘 등산을 다니기 시작해서 그런지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 동네 주변엔 크고 작은 산 모두 등산로가 있던데. 그건 누가, 언제 다 만들어 놓은걸까.


 그리고 좀 더 가면, 넓은 논밭이 펼쳐진다. 그 위의 들판 중간 중간에는 열 채에서 스무 채 정도 되는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다. 저 이웃들은 서로 인사하며 지낼까? 우리 아파트는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 안 하는데. 수줍어서 그런지, 사생활을 지키고 싶은 건지. 나는 수줍어서.


 그렇게 가다보면 금세 대전에 도착..인줄 알았는데 천안아산이라고 한다. 아, 아직 삼십분 더 가야 하는구나. 창 밖을 좀 더 볼지, 잠시 눈을 붙일지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열고 글을 쓴다. 쓰다보면 도착해있겠지? 얼른 만나고 싶다. 내 친구들.


 - 대전 가는 기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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