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픈 친구들 만나러 대전 가는 길. 나는 KTX안에 거꾸로 앉아 있다. 때론 반대 방향으로 앉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의 뒷편을 보는 기분이 꽤 신선하다. 평소에는 늘 앞만 보고 달리기 때문일까.
기차 안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삼 아파트가 정말 많다. 저렇게 집이 많은데, 왜 많은 사람들이 집이 없을까. 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보면 창 밖이 갑자기 캄캄해진다. 터널이다. 그러면 한동안은 차창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면서 간다. 내 표정이 이랬구나. 생각에 빠진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왠지 오그라들어 눈을 다른 데로 돌린다.
그러다 터널 밖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적한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분명 방금까지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했는데, 금세 시골이 되었다. 집 한 채, 한 채의 간격이 참 넓다. 저런 곳들은 층간소음 걱정이 없겠지. 밤이 되면 조금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또 터널. 그리고 터널을 나오면 이번엔 산이 보인다. 낮은 산들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천사처럼 둘러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 산도 많아. 저 이름 모를 작은 산들에도 등산로가 있을까? 요즘 등산을 다니기 시작해서 그런지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 동네 주변엔 크고 작은 산 모두 등산로가 있던데. 그건 누가, 언제 다 만들어 놓은걸까.
그리고 좀 더 가면, 넓은 논밭이 펼쳐진다. 그 위의 들판 중간 중간에는 열 채에서 스무 채 정도 되는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다. 저 이웃들은 서로 인사하며 지낼까? 우리 아파트는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 안 하는데. 수줍어서 그런지, 사생활을 지키고 싶은 건지. 나는 수줍어서.
그렇게 가다보면 금세 대전에 도착..인줄 알았는데 천안아산이라고 한다. 아, 아직 삼십분 더 가야 하는구나. 창 밖을 좀 더 볼지, 잠시 눈을 붙일지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열고 글을 쓴다. 쓰다보면 도착해있겠지? 얼른 만나고 싶다. 내 친구들.
- 대전 가는 기차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