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야 마는 성격. 왜 나는 먹는 것에 집착할까?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먹었던 사케라또 아포가토가 너무 먹고 싶은데, 집 근처에는 리저브 매장이 없다. 그거 먹자고 멀리 리저브 매장을 찾아가기도 좀 그렇고, 그냥 아포가토라도 먹을까 싶어 동네 스벅에 갔다. 카페인을 끊었으니, 아포가토에 넣는 에스프레소 샷을 디카페인으로 바꾸기로 하고. 그런데 웬 걸, 아포가토는 샷을 디카페인으로 바꿀 수가 없다고 한다. 아뿔싸, 이대로 포기인가?
하지만 방법을 찾았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를 별도로 주문해서 아이스크림에 부어 먹으면 된다. 뭔가 심심할 것 같아서 자바칩도 추가했다. 아포가토를 주문하는 것보다 돈은 더 들지만, 그래도 디카페인 샷에 아포가토를 먹을 수 있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달콤하면서도 쌉싸레한 아포가토의 맛, 역시 먹길 잘했다, 싶었다.
언제부터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먹고 싶어, 지금 당장 먹어야 해, 안 그러면 죽을 것 같아! 이런 정도는 아니지만, 먹고 싶은 게 한 번 생기면 며칠 동안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 생각은, 그 음식을 먹어줘야만 그친다. 먹기 전까지는 계속- 문득 문득 생각난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지칠 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멍 때릴 때, 저녁을 부족하게 먹어 야식이 땡기는 늦은 밤, 문득 문득.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접기로 했다. 내가 먹고 싶은 걸 먹는다는 건 내가 나를 챙겨주겠다는 건데, 그게 뭐 문제일 것까지 있을까 싶은 거다. 하고 싶은 일 하는 거,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거, 먹고 싶은 걸 먹는 거.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절제하는 것에 더 익숙할까?
당당하자. 내 욕구에 솔직해지는 거,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가끔 인색하다.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홀히 대하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만약 내가 나를, 내 옆에 늘 있는 그 사람을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 잘해줄텐데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유난을 떨어서라도 먹는 게 이상한 일 아니다. 그리고 그 유난으로 내 사람을 열심히 사랑하는 것도 지금 당장 시작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 문득 문득 생각날 때마다 잘해주기.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