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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Feb 17. 2022

알람, 나의 등원도우미

작년   어떤 일이 제일 힘들었는지 질문받는다면, "등원"이라고 답할 겁니다. 아이는 아직 시간 개념이 없습니다. 엄마는 시간에 맞춰 학교를 가고 일을 하니, 시간에 쫓깁니다. 그래서 천둥번개를 재촉해서 등원하느라 아침마다 진땀을 뺐습니다. 시계가 없는 세상에 사는 천둥번개와 시계가 필수인 세상에 사는 엄마의 필연적 갈등이랄까요. 저는 등원전쟁이란 말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천둥번개와 내가 다른 편이   같고, 전쟁은 앞으로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천둥번개를 겨우 보내고 물건들로 엉망인 거실에 털썩 주저앉으면, 등원전쟁이란 말이 머리 속에 스쳐지나가곤 했습니다.


안되겠다!등원도우미가 필요하다!


돌봄선생님이 하원해서 저녁까지 천둥번개를 돌보고 계시기 때문에, 등원도우미까지 쓸 재정적 여유가 없습니다. 재정적 여유가 있을지라도, 아침부터 부스스한 내 모습을 공개하며 타인과 육아를 같이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혼자 어떻게든 등원을 순조롭게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해준 얘기를 떠올렸습니다. 어린이집 차가 오는 시간에 맞춰 핸드폰 알람을 설정해두면, 아이들이 알람 소리를 듣고 당연히 어린이집에 간다고 생각하고 첫번째 알람에 문앞에 앉고, 두번째 알람에 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개의 알람을 설정했습니다.


 개의 알람


첫 번째 알람이 울리면, 천둥번개가 쏜살같이 뛰어갑니다. 알람을 먼저 끄려고 말입니다. 알람을 끈 아이는 의기양양해하고, 끄지 못하는 아이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하는수없이 1분 후 알람을 맞췄습니다. 1분 간격으로 천둥번개가 하나씩 알람을 끕니다. 두 번째 알람 소리에 제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이제 옷 입을 시간이야.


아이들은 알람소리를 들으면 옷을 입어야한다는 사실을 배운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더 놀고 싶은데"라고 말하지만, 제가 입혀주는대로 순순히 옷을 입습니다. 저는 다음 알람까지 놀 수 있으니까, 더 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알람이 울립니다. 천둥번개가 쏜살같이 뛰어갑니다. 마찬가지로 1분 간격으로 알람이 두 번 울려서, 천둥번개가 각각 끌 수 있습니다. 총 네 개의 알람이 울린 셈이지요.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어린이집 갈 시간이야.


아이들은 아쉬운 표정을 짓지만, 순순히 외투를 입고 신발을 신으며 현관문을 밉니다.


천둥번개 세상에는 여전히 시계가 없지만,  개의 알람이 있습니다. 알람 덕분에 아이들은 시간에 맞춰 옷을 입고, 어린이집에 가야함을 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알람이 등원도우미가 되었습니다. 알람을 설정한 후로, 제가 잔소리를  합니다. 잔소리는 알람의 몫이니까요. 돌아보면, 제가 어려서부터 여유롭게 준비해서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 어려워하고, 예정 시간에 맞추려면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기에, 천둥번개를 데리고 등원하고 일하기 더욱 어려웠습니다. 어떤 아이든 어떤 부모든 아이와 부모가 함께 외출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시간 맞춰 준비해서 나가는 일을 어려워하는  성향으로 인해  힘들었던 셈이지요. 내게 도움이  필요했음을, 그간 등원하느라 아이들도 나도  수고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아이들을  안고, 나도 아이들에게  안기며, 수고한 우리들을 응원해야겠습니다.  글을 빌어, 육아 지혜를 공유해준 복덩이 엄마아빠 고맙습니다.


이 글은 2022. 1. 25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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