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들레꿈입니다.
천둥이는 아빠와 공차기하는 데 재미를 붙였습니다. 아빠에게 다가가 눈망울을 크게 뜨고 고개를 살짝 떨군 채 몸을 좌우로 흔들며 "축구 하고 싶은데"라고 말합니다. 남편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아이와 공을 찹니다. 저는 두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이는 힘껏 공을 찹니다. 공은 두서 없이 날아갑니다. 어느 때에는 왼쪽, 다른 때에는 오른쪽, 어느 때에는 위쪽, 다른 때에는 아래쪽. 공이 날아가는 속도도 때마다 다릅니다. 빠르게 날아가기도 하고 꾸물꾸물 지면을 굴러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빠는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공이 오든지 간에, 공을 사뿐히 발로 잡아서 아이 앞으로 공을 찹니다. 공은 항상 같은 속도로 아이 발 바로 앞에 도착합니다. 아이가 차기 가장 좋은 속도와 가장 좋은 위치로 공이 도착하는 겁니다. 어디로든 뻥뻥 공을 차는 아이와 매번 아이의 발 앞에 공을 놓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참 신기합니다. 나는 아이가 아빠와 공차기를 즐거워하는 이유는, 아빠가 자신이 차기에 알맞은 공을 보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차는 어떤 공이든 사뿐히 받아서, 아이의 실력에 알맞게 보내주는 아빠의 능력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며칠 후 운전하는 남편에게 슬쩍 물었습니다. 어떻게 항상 같은 속도로 공을 보내고, 매번 같은 위치에 공을 놓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말입니다. 남편은 "아이에게 맞춰야 하니까"라며 심심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공차기를 잘하게 되면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어떻게 아이의 실력에 섬세하게 맞춰서 공을 찰 수 있는지 물었더니, 남편은 "세상 모든 아버지가 그러지 않을까"라고 답합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는 그저 자연스럽게 아이와 공놀이를 합니다. 자신이 아이에게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한 채, 그저 공놀이를 합니다. 보통의 아빠가 있어서, 아이는 공차기가 즐겁습니다. 보통의 아빠가 있어서, 아이는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아이와 아빠를 바라보며, 나와 내담자를 생각했습니다. 내담자가 차는 어떤 공이든, 어떤 말이든, 어떤 행동이든, 사뿐히 받아 안전하게 되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