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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Feb 17. 2022

너의 기억

안녕하세요 민들레꿈입니다. 저는 33개월 남녀쌍둥이 천둥(아들), 번개() 기르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부터 천둥이 숨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감기가 오고 있다는 신호랄까요. 월요일 아침 어린이집 원장선생님께 여쭈어보니, 아이가 감기증상을 보이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등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내키지 않는 마음에 발걸음을 겨우 떼서 아이들과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줄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천둥이는 불길한 예감을 했는지 "집에 가자"  손을 흔들었습니다. 저는 천둥이를 달래 겨우 검사를 받게 했고, 천둥이는 으앙 울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난생처음 경험한 코로나의 매운 맛이랄까요. 저는 천둥이와 번개를 양손에 달고 병원을 나오면서 "경찰차 보러갈까?"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 방방 뜁니다. 운이 좋게 경찰차  대가 파출소 앞에 고이 주차되어 있습니다. 함께 요리조리 경찰차를 살펴보고는,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운이 좋게 포크레인이 공원을 정비하느라 땅을 파고 있습니다. 멈춰있는 포크레인만 보더라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는데, 포크레인이 움직입니다. 얼마나 운좋은 날인가요. 한참 포크레인을 구경하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그네를 탔습니다.


  얼마간 신나게 논 후에 등원했지만 한시간만에 천둥이가 열이 나서 천둥번개 모두 하원했습니다. 결국 소아과 진료를 다시 보고 일주일 가정보육을 확정한 채 집에서 복작거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있다는 소식에, 천둥이가 PCR검사를 받았습니다. 남편이 천둥이를 안은 채 강추위에 1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검사를 받았으니, 부자가 생고생을 한 셈입니다. 나는 이제야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엄마의 불안, 너의 즐거움, 너의 기억


  내가 코로나에 걸릴 수 있고, 내가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함을 느낍니다. 특히 내가 감염되면 아이가 감염된다는 사실에 불안합니다. 내가 감염되지 않아도 아이가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합니다. 하지만, 내 불안으로 아이를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아버지가 유태인 수용소에서도 아이와 즐겁게 놀이하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인생은 여전히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 많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우리에겐 코로나가 있지만, 경찰차도 있고, 포크레인도 있습니다. 오늘은 기침이 심한 천둥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평소 가는 소아과가 오후 진료를 하지 않아서, 다른 소아과를 갔는데, 문앞에 폐업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천둥이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서 근처 가정의학과를 갔습니다. 진료 끝나고 천둥이에게 "빵 사줄까?"물어보니 천둥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박거려서 아이를 번쩍 안아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빵과 우유를 사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천둥이는 오는 길에 포크레인을 보고는 "포크레인!"이라며 기뻐합니다. 천둥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천둥아, 우리 오늘 뭐했지?


천둥이는 배시시 웃으며 "빠방"이라고 합니다. "맞다, 우리 빠방탔지? 그리고 또 뭐했지?"라고 제가 묻자, 아이는 "포크레인 봤지?"라고 합니다. "맞다, 우리 포크레인 봤지? 그리고 또 뭐했지?"라고 제가 묻자, 아이는 "엄마가 천둥이 안아줘떠"라고 답합니다. 아이는 제가 자신을 안아준 일을 기억합니다. 내 기억에서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일을, 아이가 또랑또랑 기억하고 있음을 생각합니다. 맞다, 엄마가 천둥이 안아줬지.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안아줄 수 있고, 서로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즐겁고 좋은 일들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천둥이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습니다. 확진자가 많아지는 상황이라 다들 수고가 많으시지요. 님의 일상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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