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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Sep 03. 2022

탈모, 이번에는 치료할 테다.

탈모는   후반에 시작해서 그럭저럭 상태를 유지했다.  나빠지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했다. 하지만 임신, 출산을 거치고 육아하며 박사과정을 시작하자 두피가 급격히 드러났다. 피부과는 오래전부터 다녔는데, 출산 후에도 뾰족한 치료는 없는 모양이었다. 바르는 미녹시딜과 영양제가 다였다. 머리는 훅훅 털리는데, 피부과 선생님께 여쭈어보면 계절상 그럴  있으니   후에 보자는 말씀만 반복하셨다. 어느 날은 피부과 선생님께 확실히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평소 진료 선생님 아닌 다른 여자 선생님이 진료를 보고 계셨다. 탈모로 치료받는데 차도가 없고 악화되고 있다, 다른 치료법은 없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선생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지금 치료방법밖에 없고, 다른 병원 가도 같을 것이라고, 여성 탈모는 남성 탈모에서 쓰는 약을 쓰지 못한다고 하셨다. 나는 가임기 여성이지만, 이미 임신, 출산을 끝냈으니 상관없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불가능하단다. 현재 내가 의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하다고 해서, 내가 임신을 하겠단 얘기는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난임부부라 시험관으로 임신, 출산했고 혹여 임신을 원해도 될지 미지수며, 41 박사과정생이자 쌍둥이 엄마라 우리 부부 모두 셋째는 손사래 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사정에도 폐경 전에는 안된다고 하니, 허탈하게 돌아왔다.


그런데 좌절감 속에서 묘하게 오기가 생겼다. 내 인생 탈모가 처음 찾아왔을 때는 치료 시기를 놓쳤다. 그런데 탈모가 악화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치료 적기가 아닌가. 처음엔 탈모에 속수무책 당했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 다들 여성 탈모, 특히 오래된 탈모는 치료가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치료해보겠다, 최소한 진행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겠다는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깊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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