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쉬 차간티의 전작 <서치>
그릇된 모성애와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런>은 <서치>의 감독 아나쉬 차간티 감독의 신작이다. <서치>의 경우 익숙한 플롯을 사용했지만, 인터넷 화면으로만 구성하여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이색적인 기획을 활용하였다. 국내 기준 295만이 동원된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얻었으며 덕분에 아나쉬 차간티의 <런>을 향한 기대감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아나쉬 차간티의 인터뷰에 따르면 “컴퓨터 스크린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영화를 절대 만들지 않을 것"과 “ 그런 개념 때문에 틀에 박히고 싶지 않다”라고 언급한 만큼 이번 <런>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기획력뿐만이 아닌 연출력에도 있음을 보여 주는 듯했다. <서치>에서의 주인공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디지털 전자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면 <런>의 주인공은 ‘클로이’는 NO 인터넷 NO 스마트폰 NO 컴퓨터 외부와 연결되는 모든 전자 기기가 차단된 상황이라는 것, 그렇게 ‘클로이’는 온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단서를 발견하고 처해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모성애를 다룬 사뭇 진부할 수 있는
영화 <런>의 미덕은 단순한 서사 구조로 매끄러운 서스팬스의 영화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군더더기는 최대한 쳐내고 본론만을 깔끔하게 이어 붙여 완성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군더더기가 없다 보니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지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전개와 영리한 연출은 더욱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점차 밝혀지는 진실 속 다양한 떡밥들을 하나둘 풀어가는 재미 또한 꽤나 쏠쏠했다.
두 주연배우의 앙상블
사라 폴슨의 열연의 올해의 얼굴이라 칭할 만큼이나 압도적인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미 탄탄한 필모그래피로 국내외를 불문하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사라 폴슨은 <런> 에서도 그릇된 모성애로 피어난 소름 끼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딸을 연기한 키에라 앨런 역시 온몸을 사리지 않고 정말 ‘런’ 하는 연기를 보여주며 신인이란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런>
한 마디로 영화를 정리한다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영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치>가 워낙에 호평을 받았던 터라 다음 작품의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지만 어느 정도 충족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아나쉬 차간티의 능력은 <서치>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어쩌면 ‘나이트 샤밀란’ ‘데이빗 핀처’를 이을 괴물 감독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