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화양연화는 중화권을 대표하는 왕가위 감독의 작품이다. 이는 수많은 명작들을 연출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선 감독들 중 한 명이다. 그 중에서도 화양연화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영화보다 배경음악이 더 유명할 수도 있을 만큼 <화양연화>의 배경음은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 특히나 배경음과 아름다운 영상미 그리고 화면을 가득히 채우는 양조위와 장만옥의 모습은 압도적인 시퀀스를 구현했다. 2020년 작품 <테넷>을 살펴보면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어쩌면 이 영화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느껴라 이 영화를
사실 나의 영화적 취향을 얘기하자면 아름다운 미장센이나 화려한 스케일의 영화보다는 캐릭터 간의 깊은 서사와 잇따르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편이다. 그래서 <화양연화>보다는 <패왕별희>가 내 취향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취향일 뿐, <화양연화>는 영화로 황홀함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매 장면 일관된 붉은 톤과 음악 그리고 스크린을 가득 메운 배우들의 모습은 그저 ‘황홀한’ 감정이었다. 추상적인 표현이라 보지 않았다면 전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2021년 <화양연화>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미장센 탓인지 이 영화를 음악과 장면으로만 기억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 역시도 <화양연화>를 떠올리면 음악이 먼저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런 것 같다. 배우들의 대사로서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하기보다는 장면으로서 관객들과 공감을 유도했다고. 대사는 적었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이것은 21년이 지난 영화임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랑 이야기?
이 영화가 위대한 영화로 꼽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랑의 결실을 맺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사람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아름다운 것이나, 아름다운 만큼이나 상처가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화양연화>는 미끄러진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두 주인공 배우자의 외도가 어쩌면 합리화가 될 자신들의 불륜에 괴로워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 행복해하지만, 행복 이면의 괴로움으로 힘들어한다. 그렇게 이 영화의 결말은 흔한 사랑 영화의 결말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리고 <화양연화>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쁘게 그린 명화를 본 느낌”
왓챠에서 한 평점을 보았다. 내용을 압축하자면 “이 영화가 다들 명작이라고 하는데 자신은 이해하지 못해 한편으론 두려웠다” 너무도 공감되는 평이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엔 인생의 경험치가 부족한 것인지 영화에 집중을 못 한 탓인지.. 하지만, 누구나 영화를 보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나 유독 이 영화는 그런 것 같다. 명화를 보고서 그 자체를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그 자체를 느끼려는 것처럼 이 영화도 하나의 예술품으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권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