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강제로 늘어난 여행
캐나다에서의 가족 여행, 즐거웠던 8일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고 벌써 돌아갈 날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비행기 출발 두 시간 반 전에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에어캐나다 체크인 카운터를 찾아갔다. 캐나다인 항공사 직원이 한국행 여행객은 줄을 서라고 안내해 주었다. 가리키는 곳에는 다른 여행객들이 이미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무인발권기를 놔두고 왜 다들 줄을 서야 하는지 이상했다.
나는 스타얼라이언스 골드 멤버였다. 직원에게 물어봐서 전용 카운터로 갔다. 거기는 줄이 짧아 우리 차례는 금방 돌아왔다.
체크인 직원에게 여권을 냈다. 직원은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달라고 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주니까, 그거가 아니고 음성 확인서 라야 한단다. '엥? 코로나 음성 확인서라고? 그게 뭐야? 캐나다는 백신 접종만 완료하면 갈 수 있는 나라 아니었나? 그런데, 왜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달라고 하지?' 체크인 직원은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했다. 헉. 이런 절차가 있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 입국을 하려면 24시간 내에 발급받은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무인발권기를 놔두고 줄을 선 이유도 그것이었다.
어디에서 그 서류를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공항 반대편으로 가면 신속항원검사를 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시계를 보더니 “그런데, 이미 늦어서 안될껄" 이란다.
현재 시간은 비행기 출발 두 시간 전. 신속항원검사는 30분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재빨리 움직이면 검사 결과를 받아서 다시 체크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늦긴 뭐가 늦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해 보는 것이다.
우리 식구는 공항 반대편으로 뛰었다. 끝까지 가니 들은 대로 코로나 검사 카운터가 있었다. 다행히도 대기하는 줄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핸드폰으로 등록을 하고, 바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30분쯤 뒤에 이메일로 알려 준다고 했다.
큰딸은 위니펙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캐나다 국내선이므로 음성확인서가 필요 없었다. 비행기 시간이 임박했으므로 큰딸은 위니펙행 비행기를 타러 우리와 헤어졌다.
우리는 다시 체크인 카운터로 돌아갔다. 초초하게 이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는 한 시간 반쯤 남아 있었다. 이메일은 30분쯤 뒤에 올 것이다. 카운터의 줄은 아까보다 좀 더 길어져 있었다. 이메일을 받은 다음 줄을 서면 늦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줄부터 서기로 했다.
줄을 서 있는 동안은 정말 조마조마했다. 우리가 이메일 주소를 제대로 입력한 거 맞겠지? 혹시라도 이메일이 안 오면 어떻게 하지? 이메일이 오면 자동으로 알림이 뜰 테지만 핸드폰에서 눈을 뗄 여유는 없었다. 연신 새로고침을 눌러대며 이메일을 체크했다.
앞줄 사람들이 차례차례 빠지고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이메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는 뒷사람들을 한 팀씩 먼저 보내며 줄 맨 앞에서 기다렸다.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는 한 시간쯤 남아 있었다. 아직은 희망이 있었다.
서너 팀을 보낸 끝에 와이프의 이메일이 먼저 도착했다. “음성". 야호, 집에 갈 수 있겠다!!! 곧이어 둘째 아들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양성". 엥? 양성이라고? 내 이메일도 도착했다. “양성". 허걱!!!
코로나 양성이라고? 귀국 못하는 거야?
나와 둘째 아들은 귀국을 못하게 되었다. 안타깝긴 하지만 셋 다 캐나다에 남을 수는 없었다. 음성인 와이프 혼자만이라도 귀국을 해야 했다. 와이프만 티켓을 받아 출국장으로 향했다.
귀국을 위해서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몰랐었다. 겨우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제시간 안에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양성이라니. 귀국을 하기 직전에 귀국이 좌절되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와이프만이라도 귀국을 할 수 있었다.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근처에 있는 핫도그 가게에서 점심을 먹으며 다음 일을 생각해 보았다.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며칠은 캐나다에 더 있어야 한다. 수시로 코로나 검사를 하다가 음성이 나오면 귀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며칠 동안 묵을 호텔이 필요했다. Hotels.com에 들어가서 호텔을 검색했다. 밴쿠버의 물가는 비쌌다. 일단은 오늘과 내일, 2일만 예약했다. 나중에 더 싼 호텔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오늘은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서,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호텔방에 틀어박혀서 쉬기만 했다. 저녁은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다가 해결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오사카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귀국길에 지하철에다 여권이 들어있는 가방을 놓고 내렸었다. 그때에도 처음엔 당황해서 패닉 상태였다. 영사관에서 긴급으로 임시여권을 발급받았다. 제일 가까운 날의 비행기표를 알아본 끝에, 3일 뒤에 부산을 통해서 귀국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귀국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때는 네 식구였지만 이번에는 나와 둘째 아들 둘 뿐이니 상황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밤에 밴쿠버 아저씨가 코로나 검사 키트를 가져다주셨다. 뭐 필요한 것이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다 주시겠다고 하셨다. 머나먼 타지에서, 게다가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이라 너무 고마웠다.
가방 속에 빨랫감이 한가득이었다. 예정된 여행 스케줄에 옷 개수를 딱 맞게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근처에 있는 빨래방을 찾아갔더니, 사람들이 이미 꽉 차 있었다. 아마도 어제가 밴쿠버 전체가 쉬는 날이었어서 그런 듯했다. 허탕을 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욕실에서 손빨래로 옷을 빨았다. 예전에 출장을 나가면 으레 하던 일이었다.
코로나 관련하여 귀국 정책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았다.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려면 둘 중 한 조건이 필요했다.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거나, 코로나가 확인된 지 10일이 지나거나.
10일이라고? 그건 너무 길잖아!!!
코로나에 걸리면 완쾌가 되더라도 대략 한 달 동안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다고 한다. 앞으로 한 달은 나와 둘째는 코로나 검사에서 무조건 양성으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즉, 코로나 음성 확인서로 귀국을 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생각을 해 보니, 나에게 코로나 증상이 처음 나왔던 것은 5일 전인 목요일이었다. 딱 하루만 열이 났고 그 후로는 멀쩡했다. 그날로부터 5일이 지났으니, 앞으로 5일 뒤에는 귀국을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5일 전에 코로나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슨 무슨 클리닉이란 곳에서 코로나 증상이 완쾌되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 증명서에는 언제부터 코로나 증상이 있었는지를 적을 수 있었다. 그 날짜부터 카운트를 한다면 5일 뒤면 10일 차가 되는 것 아닌가? 시도해 볼만 한 지푸라기였다. 넉넉 잡고 7일 차, 다음 주 월요일에 출국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하루라도 빨리 귀국을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심정이었다.
일단 비행기 표를 구해야 했다. 에어 캐나다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내 티켓은 홈페이지에서는 업데이트를 할 수 없고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야 한다고 나왔다. 에어캐나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대기 인원이 많아서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는 “친절한" 안내 음성이 나왔다. ‘헐. 한 시간 반이라니. 우리나라에서는 3분을 기다리라고 해도 못 참고 짜증이 나는데, 한 시간 반이라니. 이것이 이 나라의 일처리 속도구나.’ 우리나라가 얼마나 편리한 나라인지 실감이 확 났다. 결국 고객센터와의 통화는 포기했다.
'내일 공항에 직접 가야겠다. 공항에는 에어캐나다 고객용 창구가 있을 테다. 기다려도 거기서 기다리는 것이 내 체질에 맞다. 난 오프라인 체질이니까.'
이 호텔의 예약은 내일까지이다. 내일은 묵을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 hotels.com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밴쿠버의 호텔은 비쌌다. 한참을 찾아보니, Robson Street에 저렴한 방이 있었다. 가격은 2박에 $335 USD. 밴쿠버에서 이 정도면 엄청 싼 편이다. 일단 2박만 예약했다.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8박을 예약할 수는 없었다.
둘째 녀석은 오늘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코로나가 완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지만, 내가 보기엔 멀쩡했다. 같이 밴쿠버 구경이나 다니면 좋겠는데, 싫다는 걸 억지로 끌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루 종일 핸드폰만 하던 둘째는 시애틀에서 Hamilton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Hamilton은 둘째가 아주 보고 싶어 하는 뮤지컬이었다. 시애틀은 밴쿠버 바로 아래에 있는 도시로 차로 세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다.
호텔 조식 식당의 웨이트리스는 한국인이었다. 웨이트리스에게 물어보니 밴쿠버에서 시애틀로 왕복 버스 편이 있으며, 자기 친구들도 종종 다녀온다고 했다. ‘오호라… 새옹지마라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시애틀에 가서 뮤지컬이나 보고 올까?’ 암울한 기분에 한줄기 빛이 들어온 것 같았다. 다음 호텔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다음 호텔의 체크인 시간인 3시까지는 3시간이 남아 있었다. 호텔 근처에는 Granville Island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었다. 조금 걸어서 선착장으로 갔다. 5분 정도 배를 타고 Granville Island로 갔다.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팔았지만 먹고 싶은 것은 없었다. 휘휘 둘러보니 30분이 채 안 걸렸다.
아빠와 사춘기 아들.
남자 둘이 다니니 무슨 재미가 있겠나.
택시를 타고 Robson Street에 있는 호텔로 갔다. 시간은 1시. 너무 일찍 도착했다. 가방을 맡아줄 수 있냐고 했더니, 추가 요금이 든단다. Early Checkin도 추가 요금이 든단다. 그래서 $30를 내고 체크인을 했다.
인도인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텔이었다. 방안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싸구려 티가 났다. 별도로 분리된 방이 하나 있는 것은 좋았다. 둘째는 자기가 그 방을 쓰겠다며 안으로 쏙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호텔 근처에 있는 일본식 돈가스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도 웨이트리스가 한국인이었다. 밴쿠버에서는 한국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호텔 방에서 라면을 먹을 때 쓸 생각으로 나무젓가락을 몇 개 얻어왔다.
오늘은 공항에 가서 귀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해야 한다. Vancouver City Center 역에서 Canada line을 타고 밴쿠버 공항으로 갔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에어 캐나다 카운터로 갔다. 거기 있는 직원도 한국인이었다. ‘오메, 반가운 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공항에는 오프라인 고객센터가 없다고 한다. ‘헉, 진짜로?’ 대신에, 저쪽에 있는 전화기로 통화를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직원과 통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오. 그나마 다행.’
말해 준 전화기로 갔다. 수화기를 드니, 진짜로 10초 만에 누군가가 대답을 했다. 그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직원에게 우리가 코로나로 비행기를 못 타서 다음 주 월요일 비행기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전화기 속의 직원은 내 예약은 3rd party 업체로부터 한 예약이라서 그 업체를 통해서 예약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여기까지 어떻게 힘들게 왔는데 안된다니.’ 내가 비행기 예약을 어디에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모르겠고 어떻게든 예약을 바꿔 달라고 우겼다.
직원은 자기가 알아볼 테니 전화를 끊지 말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전화기에서는 대기용 음악이 흘러나왔다. 잠시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잠시가 잠시가 아니었다. 전화기를 붙잡고 음악을 들으며 한 시간 반 동안 서서 기다려야 했다. 3rd party 업체 예약을 바꾸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었다. 마침내 월요일 비행기로 바꿀 수 있었다. 두 명의 예약을 변경하는 비용으로 91만 원 들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수화기를 붙잡고 한 시간 반을 서서 기다린 끝에, 비행기 예약을 바꿀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왔다. 큰 일 하나를 해결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제 무슨 무슨 클리닉에서 코로나 완쾌 증명서를 받을 차례다. 예약을 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클리닉에 접속했다. 예약 비용은 1인당 $100 정도였다. 예약을 결제하기 직전에, 한쪽 구석에 작은 글씨의 문구가 보였다. 자기네 증명서는 해당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자기네는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거 뭔가 낌새가 이상한데?’ 한국 정부에서 발행한 코로나 관련 규정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았다. FAQ를 보니까 코로나의 시작일은 증상이 나타난 날짜가 아니라 처음 진단을 받은 날짜라고 나와 있었다. 즉, 이 클리닉에서 받은 증명서로는 귀국을 할 수가 없다는 의미였다.
예외 없이 10일을 채워야 돌아갈 수 있단다.
하루라도 빨리 귀국을 해 보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물론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내 잘못도 있다. 하지만 자세한 안내 없이 쓸데없는 증명서를 발급해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업체도 내가 보기엔 사기꾼이다. 마치 eTA를 대신 발급받으며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는 업체처럼. 이번에는 결제하기 직전에 알아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둘째는 오늘도 하루 종일 침대에만 있을 작정인 것 같았다. 강제로라도 어디로든 끌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고 싶은 곳을 물었더니, 차라리 자기 혼자 산책을 하겠단다. 그러더니 한 시간 정도 나갔다가 돌아왔다. 돌아온 이유도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란다. 밴쿠버에서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어제 월요일로 예약한 비행기를 다시 목요일로 바꿔야 했다. 밴쿠버 공항으로 다시 갔다. 어제의 그 전화기를 다시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음악 소리만 날 뿐, 직원의 응답이 들리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린 끝에서야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내 예약을 다시 목요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직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다시 음악 뒤로 숨었다. 30분이 흘렀다. 직원이 다시 나와서 예약 변경이 완료되었다고 했다. 비용은 25만 원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에어캐나다에서 원가절감을 얼마나 지독하게 하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공항에 사무실도 하나 없고, 일반 전화든 전용 전화든 직원과 통화를 하려면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으니.
비행기 예약 변경을 두 번이나 하는 바람에 쓸데없이 돈과 시간이 들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상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어쨌든 더 이상 비행기 예약을 변경할 일은 없을 것이다. 또다시 여기에서 전화통을 붙잡고 하염없이 기다릴 일도 없을 것이다.
전화위복 - Hamilton 프로젝트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Hamilton 프로젝트를 풀어볼 차례. 내일 금요일에 시애틀로 가서, 토요일에 공연을 보고, 일요일에 돌아오는 일정. 이만하면 넉넉한 일정 같았다. 이제 디테일을 계획해야 한다.
시애틀로의 이동 편은? 버스를 알아보니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이것도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를 렌트해서 가기로 했다. 마침 호텔 1층에 렌터카 업체 부스가 있었다. 가격도 저렴한 듯했다. 그 업체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예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예약 단계를 거치면 거칠수록 추가 요금이 붙고 조건이 붙었다. 결정적으로 미국에서는 보험 적용이 안된다고 했다. 싼 게 비지떡이란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터넷으로 다시 렌터카를 검색했다. EconomyBooking.com 이란 곳이 이틀에 $235 USD로 제일 싼 것 같았다. EconomyBooking.com은 예약 중개 사이트로, 실제 차량은 Hertz 것이었다. 국경 조건도 없어서 거기에서 예약했다. 밴쿠버 차 렌털 가격이 위니펙보다 싼 것이 좀 수상하긴 했지만 별 이상은 없어 보였다.
둘째를 시켜서 뮤지컬 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묵을 곳을 찾기 위해 Hotels.com을 검색했다. 시애틀의 호텔은 너무도 비쌌다. 어차피 렌터카로 이동할 테니, 굳이 도심의 호텔에 묵을 필요는 없었다. 시애틀 근교에 있는 비교적 싼 모텔에서 2박을 예약했다.
미국을 입국하려면 ESTA라는 전자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 같았다. 사이트에 접속해서 ESTA를 받았다. 두 명에 $396 USD의 비용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차량으로 입국하는 사람은 ESTA가 필요 없었다. 급하게 추진하느라 불필요한 비용이 또 들었다.
이제 Hamilton 프로젝트의 모든 준비는 끝났다.
호텔 체크 아웃을 하기 전에, 밴쿠버 아저씨와 카톡을 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뮤지컬을 보러 미국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걱정을 하셨다. 미국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캐나다로 돌아올 때 코로나 랜덤 체크에 걸려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기 아는 사람도 랜덤 체크에 걸려서 몇 시간 억류를 당했었다고 하셨다. ‘이런. 이것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Hamilton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
‘랜덤 체크는 어차피 확률. 도전해 볼 것인가? 안전하게 피해 갈 것인가?’ 고민스러웠다. 나 혼자라면 도전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둘째 아들이 있으니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둘째 아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위험은 싫다고 했다. 그래서 Hamilton 프로젝트는 깨끗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미리 예약을 다 해 놨으니, 다시 취소를 해야 한다. 모텔과 차량 렌트는 취소 시한이 지나서 취소가 불가능했다. ESTA는 취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뮤지컬 표는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만 있는 것이었다. 결국 모든 돈을 날리게 되었다. 게다가 당장 오늘 잘 호텔 예약도 없다. 뮤지컬을 볼 마음에 들떴던 마음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 상황을 또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미국 국경을 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캐나다 내에서라면 코로나 걱정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렌트한 차량은 여전히 유효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렌터카로 밴쿠버 근교 관광을 해 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휘슬러란 스키 리조트가 좋아 보였다.
꿩 대신 닭. Hamilton 대신 휘슬러
인터넷으로 휘슬러의 리조트 중에서 제일 싼 곳을 예약했다. 가격은 2박에 $530 USD. 이런 거액을 스스럼없이 지불하다니, 물가에 대한 감각이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에라, 모르겠다" 이런 기분이었다.
렌터카는 공항에서 픽업하고 반납하는 조건이었다. 렌터카 카운터에 가니, 직원이 “그런데, 보험이 하나도 없네?”라고 한다. ‘헉, 뭐라고? 또 사기당한 거야?’ 추가 요금 $83 USD를 내고 보험을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렌터카를 EconomyBooking.com란 곳에서 예약을 했는데, 그 사이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이미 보험이 들어져 있었다. 이런 것도 사기라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두 개의 보험료를 낸 셈이 되었다. ‘똑바로 알아보지 않은 내가 잘못이지.’
구글맵에 휘슬러를 입력하고 길을 나섰다. 밴쿠버 도심을 벗어나니, 도로 옆으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나와 아들은 연신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중간에 폭포에도 들러 구경했다.
리조트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을 꺼내는데, 아차, 내 여권이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아까 렌터카에서 차를 빌릴 때까지는 분명히 여권이 있었다. 그 이후로 여권을 꺼낸 적은 없었다. 렌터카 업체 사무실에서 흘렸던 것일까? 갑자기 몇 년 전 오사카에서 여권을 몽땅 잃어버렸던 악몽이 떠올랐다. 그때는 영사관에 가서 임시여권을 발급받았었다. 이번에도 또 그래야 하는 걸까?
일단 운전면허증을 이용해서 리조트에 체크인을 했다. 방 안에서 정신을 추슬렀다. 다시 차로 가서 잘 찾아보니, 조수석 바닥에 내 여권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운전으로 몸이 피곤했던 데다 여권 소동에 마음도 피곤하여 더 이상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쉬었다.
휘슬러에는 휘슬러와 블랙콤 두 개의 산봉우리로 된 스키장이다. 여름에는 아래에서 출발하여 두 봉우리를 거쳐 돌아오는 세 번의 곤돌라가 제일 인기 있는 코스였다. 둘째와 같이 곤돌라를 타러 갔다.
휘슬러 산 정상에 올라가니 한여름인데도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었다. 반팔을 입고 있었지만 햇볕이 따뜻해서 춥지는 않았다. 둘째는 산길을 걸어 오르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곤돌라를 타고 블랙콤 산 정상으로 이동했다. 잠시 둘러보고는 다시 곤돌라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왔다.
산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가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왔다. 레저로 타기도 했지만 일부는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산 아래에서는 대형 스크린에서 자전거 경기를 중계해 주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둘째는 내내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사춘기 나이에 아빠랑 둘이서만 다녀야 하니,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친구들이랑 왔으면 훨씬 재미있게 놀았을 것이다. 리조트에 돌아와서는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리조트 방에는 세탁기가 있었다. 남아있던 빨랫감을 몽땅 빨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체크아웃을 하고 다른 호텔로 이동해야 했다.
캐나다에 남게 된 이후로 이틀마다 호텔을 옮겼다.
나는 출장을 많이 다녀서 이런 생활이 익숙했다. 하지만 둘째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여름 방학 동안 친구들이랑 놀아야 하는데 캐나다에 갇혀 있으니, 여름 방학을 완전히 날려버린 기분일 것이다. 부모 된 마음 같아서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밴쿠버를 최대한 느끼고 경험했으면 좋겠는데, 둘째는 바깥에 나갈 마음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휘슬러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중간에 사진을 몇 번 찍었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었다. 내가 빌린 차는 도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였다. 200km 넘는 거리를 주행했는데, 기름은 $18 USB밖에 안 들어갔다.
공항에 도착하여 차를 반납했다. 미리 예약을 해 둔 호텔로 이동했다. 북쪽 SeaBus 터미널에 위치한 곳이었다. 건물의 1층, 2층은 여러 식당과 가게가 모여있는 시장이고, 3층, 4층은 호텔인데,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다.
체크인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방이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길래 호텔에 가방을 맡기고 1층에 있는 멕시코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다. 한 시간쯤 뒤에 방이 준비되었고 방에 들어갔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방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졌다. 저녁에는 나 혼자 주변을 산책했다. 그렇게 별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호텔 조식은 준수한 편이었다. 우리는 야외에 마련된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근처에 있던 갈매기 몇 놈이 날아왔다. 주변에 앉아 음식을 뺏어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음식은 괜찮았지만 갈매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코로나 때문에 밴쿠버에서 억류 아닌 억류를 하게 된 지 8일째. 그동안 둘째는 Granville Island, 산책 한 번, 휘슬러 곤돌라 빼고는 내내 호텔 방 안에만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둘째에게 오늘은 무조건 어딘가로 나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밴쿠버의 수족관이 유명한 것 같아, 같이 가기로 했다. 호텔을 나와 SeaBus를 탔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Stanley Park로 갔다. 조금 걸었더니 수족관이 나타났다.
수족관 입구에는 문어 사진이 있었다. 아마도 이 수족관의 명물인 것 같았다. 둘째는 그 문어에 흥미를 가졌다. 표를 사서 수족관에 들어갔다. 여러 물고기도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문어가 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문어를 찾았다. 그런데 문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문어에 대한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흥미가 없어져서 그만 보고 나왔다.
다시 버스 정류장까지 걷고, 버스를 타고, SeaBus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둘째가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검색을 해 보니, 근처에 한국 식당이 여러 개 중 한 군데에서 칼국수를 팔았다. 저녁때 그 식당에 갔다. 주변의 다른 식당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유독 그 식당 앞에는 여러 팀이 줄을 서 있었다. ‘이 집, 맛집인가 보다.’ 우리도 줄을 섰다.
한 시간쯤 지나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둘째는 해물칼국수와 순두부찌개 둘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둘 다 시켜서 나누어 먹었다. 여행 중 처음 먹어보는 한국 음식이라 둘째는 엄청 잘 먹었다.
억류 아닌 억류 생활 동안 이렇게 잘 먹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외국에 나가서는 외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한국이 그리웠다보다.
아침에 호텔 조식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할 일이 없었다. 둘째에게 어디든 나가자고 졸랐다. 둘째는 혼자서 산책을 하고 오겠다고 했다. 나도 따라서 산책을 나갔다. 우리는 SeaBus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갔다. 거기에서 각자 가고 싶은 방향으로 헤어졌다.
나는 차이나 타운을 가 보고 싶어졌다. 거기에는 큰 건물 안에 영화관이 있었다. 문득 둘째와 영화를 같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근처의 다른 영화관에서 탑건 매버릭을 상영하고 있었다. 그 영화는 둘째가 한국에서 친구들과 보려다가 약속이 깨져서 못 본 영화였다.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탑건을 상영하는 영화관까지 걸어갔다. 1층에 들어가 보니 무인 키오스크가 있었다. ‘흠, 여기에서 표를 사서 들어가면 되겠구먼.’ 내일 둘째와 여기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갔다. 둘째를 만나 멕시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시 할 일이 없어졌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니, 한국에서는 비가 엄청 와서 강남역이 침수되고 서울에서 사망사건까지 난 모양이었다. 밤까지 호텔 방 안에서 빈둥대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조식을 먹었다. 둘째에게 탑건을 보러 나가자고 했다. 처음에 좋다고 했던 둘째는 막상 나가려니까 생각이 바뀌어 싫다고 했다. 억지고 끌고 나갈 수 없어서 영화를 보러 나가려는 계획은 취소했다.
오늘도 할 일이 없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내일은 집에 갈 수 있으니까.
하루 종일 호텔 방 안에서 빈둥대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빈둥대다가 밤이 되어 잠이 들었다.
드디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지 10일이 지났다. 그동안 오늘을 향해 달려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집에 갈 수 있는 그날!!! 나와 둘째는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기쁜 마음으로 호텔 체크 아웃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SeaBus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갔다. 기쁜 마음으로 체크인 카운터에 줄을 섰다.
잠시 후 우리 차례가 되어, 여권과 코로나 양성 확인서를 냈다. 그런데, 직원이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어, 뭐지?’ 잠시 통화 후, 직원은 우리에게 “No”라고 말했다. ‘헉. 이거 뭐야???’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또다시 귀국이 좌절되는 것인가?
규정상 코로나 확진 후 10일이 지나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우리는 8월 1일에 확진이 되었다. 오늘은 8월 11일이었다. 직원 말로는 8월 2일부터 세어 8월 11일이 10일 차이므로 8월 12일부터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날짜를 세는 방법이 우리와 달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상식으로는 오늘이 8월 1일과 11일은 10일 차이가 나므로 오늘은 출국이 가능해야 맞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직원에게 “No, you are wrong!!”이라고 반박했다. 직원은 다시 알아보겠다며 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우리나라 정부 사이트 어딘가에는 날짜를 계산하는 예시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면 우리 날짜 계산 방법이 맞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몇 분을 검색했다. 한국어로 된 날짜 계산 예시를 겨우 찾아냈다. 예시를 보니 우리 계산이 맞았다. 한국인 직원을 불러달라고 한 다음, 그 직원에게 보여주면 우리 계산법이 맞다고 수긍을 하리라 생각했다.
잠시 후, 직원이 전화통화를 끝내더니, 자기가 틀렸었다고, 오늘 출국이 가능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휴~~ 그제야 한숨이 놓였다.
이놈의 귀국길은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만드네.
체크인을 마치고 보안검색을 하고 입국장 안으로 들어가니, 이제야 진짜 귀국을 하나 보다 실감이 났다. 라운지에서 모히또를 마시며 잠시 여유를 부렸다. 캐나다 술을 두 병 샀다.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은 11시간이 걸렸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마침내!!!' 말이 절로 나왔다. 출국 절차를 마치고 출국장을 나왔다. 셔틀버스를 타고 장기주차장으로 갔다. 비가 엄청 왔을 텐데 다행히 우리 차는 별 탈 없이 그대로 있었다. 주차 요금은 166,000원이 나왔다. 예정보다 10일 늦게 귀국했으니 9만원이 더 붙은 것이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렇게 기나긴 여행이 끝났다.
여행 일정이 예상과 다르게 10일이 늘어났다. 전혀 예상을 못했었기에 준비도 못했다. 준비가 없었기에 비용도 많이 들었다. 밴쿠버의 물가는 비쌌다. 환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많은 끼니를 편의점에서 사 온 먹을거리로 해결했다. 조식이 나오는 호텔에서는 남은 음식을 싸와서 때울 수 있었다. 하루에 한 끼는 식당에서 사 먹었다. 관광 비용은 곤돌라와 수족관 정도가 들었다. 비행기 예약을 두 번이나 변경하고, Hamilton 프로젝트가 부러지는 바람에 쓸데없는 돈을 썼다.
나중에 계산을 해 보니, 추가 체류 비용이 도합 700만원 정도가 나왔다. 하루에 70만원, 시간당 대략 3만원 꼴이다. 그렇다고 그 10일을 알차게 보냈느냐 하면, 전혀 아니었다.
여행 중에 코로나에 걸린 것은 나도 모르게 우연히 걸린 것이었다. 어쩔 수 없던 사정으로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들었고 시간이 낭비되었다. 우연의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캐나다로 가족 여행 (3) - 코로나 때문에 강제로 늘어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