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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Nov 11. 2021

산티아고 순례길, Religos~레온, 24.05km

20. Day17, 레온에서 느낀 변화들

한국인들이 많아지면서 끼리끼리 뭉쳐 다니기 시작했고, 처음 걸을 때 만날 때마다 했던 자연스러운 인사는 사라져 갔다.


 오늘은 대도시 레온으로 가는 날이다. 레온은 부르고스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북부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거치는 대도시 중 하나이다. 거리는 24k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오전 중에 충분히 갈 수 있었다. 처음 5명에서 시작한 한국인 친구들은 어느새 10명 가까이 되었다. 이 10명은 중간에 걸을 땐 따로 걸어도 같은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되었다.


 걷다가 새로운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삼성도 다니고, 현재는 사업을 하시는 분이셨다. 자기의 대단함을 말하면서 이것저것 조언도 해주시는 전형적인 한국인 아저씨였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장담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셨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일이 닥쳐도 자기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원칙은 곡 지키라는 말씀을 하셨다.


 원칙. 4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다시 보니 정말 중요한 말이었다는 게 세상 실감이 난다.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과 다양한 변수 속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기준은 꼭 필요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왼쪽. 순례길에서만 볼 수 있는 흔적들,    오른쪽. 레온 마을


 그렇게 아저씨와 잠깐 얘기하고 걷다 보니 레온이 보이기 시작했다. 레온 역시 확실히 대도시 었다. KFC, 버거킹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속세의 문물도 보였다. 나랑 KT, BW, JC은 KFC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순례길 여행 와서 처음 먹은 햄버거는 정말 맛있었다. 당연히 이곳은 한인 마트도 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라면과 소주는 신기하기만 했다.




 레온에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굳이 처음부터 시작은 안 해도 되기에, 100km 이상만 걸으면 순례자의 증서를 받을 수 있다. 바쁜 한국인 특성상 일하시는 분들이 30일 이상의 시간을 낼 수가 없기에 레온부터 시작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각자 일정에 맞게 길을 걷다 만난 한국인들끼리 어느새 똘똘 뭉쳐 있었고, 레온까지 온 시점에서는 어느덧 남남이 된 채 서로에게 인사도 잘하지 않았다. 뭔가 편 가르기 하는 느낌이랄까... 새로운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가 처음 걷기 시작할 때부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했던 "부엔 까미노~!"라는 인사도 점점 사라져 같다.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있었다.

 


 저녁을 먹고 도시 야경을 보러 나가자고 했는데, 아무도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레온 같은 대도시에서는 사람들이 구경을 좀 하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아마 계속 걸어왔기 때문에 쉬고 싶었고, 레온이란 도시도 지금까지 봤던 도시들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던 거 같다.


 결국 나 혼자 나왔다. 나는 도시를 오면 볼 게 있던 없던 항상 주변 도시를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계속 걸었는데 또 걷다니... 하지만 이상하게 그게 나에겐 휴식과도 같았다. 항상 알베르게가 10시에 강제로 문을 닫기 때문에 야경을 한 번도 못 봤는데 이곳은 그런 통금이 없었다. 덕분에 순례길 여행에서 처음으로 야경을 보았고, 이날 밤에 본 레온 대성당은 굉장히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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