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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Jan 10. 2022

산티아고 순례길, 빌라프랑카~오세브로, 29.23km

26. Day23, 갈리시아. 마지막 지역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나는 이 말을 믿기로 했다.


 오늘 아침, 시작은 산을 가기 위한 도로였다. 약간의 언덕을 한창 올라갈 때쯤, 저 아래에 빌라프랑카 마을이 보였다. 빌라프랑카 마을은 정말 다시 보아도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2시간 정도 걸었을까? MS, ES누나, HH 일행을 만났다. 이들과 함께 가는 것은 너무 즐거웠다. 다들 현재를 즐길 줄 알면서도, 나름의 진중함을 갖춘 내가 딱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이었다.


 어느덧 20여 km 가까이 걸었을 때, 순례길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산이 나타났다. 흙길로 시작을 알렸으며, 소똥이 정말 많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심각할 정도로 정말 많았다. 게다가 오늘은 비도 계속해서 내리고 있어 더 올라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또 전에 용서의 언덕을 올라갔을 때처럼 안개가 정말 많이 끼었다. 한창을 올라갔을까. 레온 지역이 끝나고 갈리시아 지방의 시작을 알리는 표적을 보았다.


 갈리시아. 순레 길에서 접하는 마지막 지역이다. 이 길의 끝에 모든 세계인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가 있다. 이곳부터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표지가 있었다. 바로 표지마다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 것. 백의 자리 숫자가 1인 것을 확인한 순간 그동안 정말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이 하도 진흙길이어서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나랑 친구들이 점점 지쳐 갈 때쯤, 오랜만에 아기를 데리고 온 부부가 산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엄마는 아기를 업고, 아빠는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배낭 하나도 무거운데, 아기와 유모차를 들고 이 힘든 진흙길을 오르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다. 


 아기를 업고 산에 오르는 부부, 장님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온 딸 등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나는 그저 일반적인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참 많았다. 또한 여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밖에서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모두 각자의 직업이 있고, 각자의 가정이 있는 내가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멋있어 보였다. 그렇기에 이 순례길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들이 비현실적이고 아름답게 보일 때가 많았다.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다는 것. 난 이 말을 믿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겨우 도착한 마을은 산 정상에 있었는데, 식당도 거의 없는 아무것도 없는 마을이었다. 점심은 다행히 식당에서 먹고, 살 것도 별로 없는 마트에서 저녁을 해 먹어야 했다. 결국 가방에 가지고 있던 라면들을 다 모아서 파스타처럼 해 먹었다. 그럭저럭 맛은 있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날씨였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가득했고, 비바람이 굉장히 심하게 불었다. 3도 정도 되는 추운 날씨였고, 이대로라면 내일 새벽은 영하로 떨어질 것 같고, 잘 보이지도 않은 산길을 내려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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