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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Feb 02. 2022

산티아고 순례길, 싸리아~포르투마린, 24.2km

29, Day26, 남은 거리 100km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늘 어디론가 따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제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6시,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났다. 나는 잘 잤는데, 다른 일행들은 브라질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곤 것 때문에 잘 못 잔 느낌이다. 7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했다. 오늘은 숲 속을 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는 돌담길을 계속 지나갔다. 날씨는 아주 맑고 깨끗했다.



 길을 어느 정도 걷다가 드디어, 100km가 남았다는 표지를 발견했다.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까지 딱 100.000km가 남았다는 표지였다. 순간 뭉클했다. 여기서 한 걸을 걷는 순간부터 거리가 두 자릿수로 줄어든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체 800km는 언제 걷고, 언제 두 자리 수가 남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거 묵묵히 걷다 보니 100km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제 100km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고, 마음은 벌써 산티아고에 도달해 있었다. 끝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움과 설렘이 공존하면서.


 오늘은 KT랑 계속 같이 걸었다. 사회 제도에 대한 불만, 여행 끝나고 무얼 할 건지 등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서 같이 걸었다. KT는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100km 비석을 지나면서 나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보고 싶어 했다.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마다, 학기를 보낼 때마다 마음은 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까미노에서 늘 반복적인 일상과 매일매일 떠나는 것에 익숙해져, 이제는 마음이 점점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걸었던 길 역시 예뻤다. 반복되는 풍경 같아도 조금씩 달랐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포르투마린의 전경 역시 예뻤다. 이 마을은 전에 댐 공사로 수몰되어 마을이 통째로 이주를 했다고 한다. 마을 안에서 편안히 쉬면서 주변을 구경했고, 사람들과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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