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윰작 Oct 06. 2023

근대5종 정진화 선수의 '다음'을
응원하며

지금은 떠나지만 다시 돌아올 국가대표팀

아시안게임은 어떤 종목에서 어떤 선수가 한국선수단의 첫메달, 또는 첫금메달 소식을 전해올 지 가늠이 무척 어렵다. 모든 종목이 금메달 후보이기 때문에 때론 사격에서 나오기도 하고 뜬금없이 우슈에서 나오기도 하고 태권도에서 나올 때도 있다. 이번 항저우에서는 내심 근대5종이길 바랐지만 아니었다. 근대5종이길 바랐던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아는(?) 그러니까 연락이 곧바로 되는, 자세하게 말하자면 방송에 출연했던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된 선수가 근대5종 대표팀 선수 중 하나니까 였다. 스포츠프로그램은 숙제처럼 큰 대회가 끝나면 선수인터뷰는 안하면 서운한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의무감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선수를 방송에 출연 시키는 과정은 생각보다 그리 쉽지는 않다.  우리 프로가 유퀴즈도 아니고 (물론 나는 스포츠계에 유퀴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ㅎ) '나와주세요' 한다고 바로 선수가 섭외되는 그런 힘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꽤나 성공률이 높은 섭외력을 보이는 건  우리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정통성과 전문성, 역사, 그리고 작가인 나의 경험 덕분이라고 자부한다.  사실 선수 인터뷰 방송은 섭외가 되면 다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섭외가 어렵다는 얘기도 되고, 출연까지 꽤 오랜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분야가 그렇듯 한번 연을 맺어놓으면 그 다음 섭외는 초기 과정을 거쳐지 않아도 되니 훨씬 수월하게 성사된다.  이런 이유로 협회나 소속팀 또는 소속사를 통하지 않고 바로 연락이 닿을 수 있는, 나에게 개인 연락처가 있거나 조금은 수월하게 연락이 닿을 수 있는 선수를 더 응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아니 우리프로그램은 근대5종 정진화 선수를 다시 만났다. 2021년 한해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메달을 걸지 못했지만, 도전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며 대표팀의 형님으로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하는지를 보여줬던 그 선수,  태극마크가 갖는 무게감, 올림픽 출전이 주는 메달 그 이상의 가치를 알렸던  그래서 아름다운 4위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그 정진화 선수를 도쿄올림픽이 끝난 직후 출연시켰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다시 방송에 초대했다. 아시안게임 일정은 진행 중이었지만 근대5종은 대회 경기일정 첫날 모든 레이스를 마치고 곧바로 귀국해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섭외가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 정진화 선수에게 출연요청을 한 이유는 단순히 섭외가 다소 수월한 (내가 연락이 바로 닿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금메달을 딴 직후 대표팀 은퇴를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그의 국가대표 마지막 일정, '라스트 댄스'였던 것이다.


2년 여만에 정진화 선수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나는 대뜸 물었다. "왜 파리올림픽까지 안하냐"고. 분명 2년전에는 할 수 있는데까지 해서 파리를 가보겠다 했기 때문에 나는 2년 사이에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정진화 선수의 대답은 "역부족이었다" 였다. 애썼지만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선수가 그렇게 말했으면 그게 맞을 것이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게 떠날 수 있을 때를 인정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련없이 끝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미 대회 전에 감독님과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후배 선수들에게도 알리고 아시안게임에 임했다고 한다. 그래서 후배들이 선배의 멋진 마지막을 위해서 더 열심히 뛰었다고도 이야기해줬다.  
  

정진화 선수는 그렇게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하지만 이게 어찌 마지막일까. 소속팀에서는 여전히 근대5종 선수로 뛰며 지도자로의 인생을 준비할 것이다. 근대5종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우리의 맏형이었고,  올림픽 메달리스트 전웅태의 우상이었던 근대5종의 레전드이며, 후배들이 존경하는 대표팀 주장이었던 정진화 선수, 그는 곧 대표팀에 돌아올 것이다. 정진화 코치로,  또 언젠가는 정진화 감독으로. 그땐 한국 근대5종이 정진화호로 불리며 세계정상에 올라 있을 거라 믿는다.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리며 정진화 선수의 '다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믹스트존(mixed zone)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