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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ara Apr 11. 2022

팔둘레 안의 이야기-천장의 무늬

그런대로, 잘 산다

내 방 천장에는 이상한 무늬가 있다.

어렸을 때 신나서 목검을 크게 휘두르다 천장을 긁어 버렸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라 새하얀 천장과 검은 무늬의 대비는 더 컸다. 부모님께서 눈치채고 혼내시면 어쩌지,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인지, 부모님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방 천장을 볼 때면 저 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문득 걱정과 천장의 무늬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생각만큼 큰일로 다가오지는 않는 그런 것들. 마음에 있는지 천장에 있는지의 차이일 뿐인, 검은 칼자국 모양의 무언가.


나는 여기 사는 한 줄곧 저 무늬를 보겠지.

크고 작은 걱정을 다독이는 철없던 나의 손짓 같은. 

근데 사실, 걱정이란 건 저 무늬보다도 불분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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