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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ara Aug 06. 2022

음악은 끈이다

잇는 힘이 강한 마음의 끈

밴드 음악을 많이 듣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한 취향이다. 그때도 락밴드 특유의 청량한 소리가 좋았는지 모른다. 기타와 드럼과 보컬과 베이스, 때로는 키보드까지, 각자의 방식대로 소리를 내 듣기 좋은 음악을 완성한다는 사실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밴드에는 청춘의 낭만 같은 게 서려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힙합과 케이팝이 권세를 떵떵거린다 해도, 나 같은 밴드 팬들은 오늘도 세계 각지에서 차트 100위권 밖의 음악을 열심히 뒤적거리며 살아간다. 나름의 긍지 같은 것도 마음 한구석에 품고 말이다.


그런 나에게 유튜브 뮤직은 새로운 기회의 장과도 같았다. 취향에 맞게 음악을 추천해 주는 '킹고리즘'에 힘입어 마음에 드는 노래를 여럿 발견했다. 일본 락밴드 음악을 많이 듣게 된 요즘 유튜브 뮤직에서 발견한 가장 마음에 드는 음악은 '아오보즈'라는 밴드의 '호타루'. 반딧불이라는 뜻이란다. 틈날 때마다 들으니까 꿈에서도 BGM으로 나온다. 유명하지 않은 탓에 검색을 해도 곡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다. 파파고를 동원해 어렵게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찾아냈다.


2012년의 노래. 벌써 10년 전 노래다.

뮤비를 보고 스크롤을 내리니 곡 설명부터 댓글까지 전부 일본어, 그야말로 로컬 음악이다. 내가 이렇게 마음에 들어한 음악을 10년 전의 누군가는, 가깝게는 4개월 전까지 이곳을 찾아온 누군가는 어떤 마음으로 들었을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왠지 두근두근,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대화에 슬쩍 끼어드는 마음으로 번역기를 돌렸다.


그들만의 감상을 비밀스레 엿듣는 느낌

10년 전에 이곳을 방문한 '阿部和彦'씨의 댓글을 번역하니

"1번은 후렴구 앞에서 한번 쌓는데 2번은 단숨에 질주하는 곳이 참을 수 없다."

와 같은 문장이 나왔다. 후렴구 앞에서 한번 쌓는다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긴 하지만 이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역시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댓글을 뒤적였다.


좋아요 103개에 빛나는 'mame'씨의 댓글은 이런 뜻이었다.

"8년 전만 해도 유명해지면 서운할 줄 알았는데, 이젠 좀 보답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일본에도 '나만 알고 싶은 밴드' 같은 개념이 있나 보다. 사람 마음이 다 똑같구나, 반가운 한편 결국 일본 안에서도 유명해지지 못했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면 너무 변태 같은가? 밴드 음악의 팬은 태생적으로 힙스터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만난 또 하나의 댓글에서 잠시 멈춰 있었다.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몇 년 만에 생각난 것처럼 재생했는데 매일 이걸 들으면서 전철을 타고 등교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습니다. 색이 바래지 않는 청춘의 곡"


청춘을 주제로 했다는 유튜브 상의 설명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댓글을 남긴 많은 사람들이 청춘에 관해 언급하고 있었다. 가사를 모른 채 들었던 나에게도 청춘 같은 느낌의 곡으로 느껴졌는데 가사를 아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그 공간에 모여 댓글을 단 사람들, 댓글을 달지 않았더라도 그 곡을 들으며 같은 느낌을 받았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문득 음악 끈처럼 느껴졌다. 음악은 즐겨 듣는 순간의 자신과 나중의 자신을 연결해줄 뿐 아니같은 노래를 즐기는 다른 사람들까지도 마음 깊이 응집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이 노래를 통해 그는 노래를 들으며 전철을 타고 등교하던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과 이어지는 경험을 했고, 나는 이 노래를 들음으로써 그가 이 노래에 묻어둔 기억과 감정까지 부분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이 노래를 아는 사람끼리는 분명 알고 있을 특유의 감각이 그때의 그에게 어떻게 다가섰는지 노래를 통해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다른 땅 위의 사람과 노래라는 투명한 끈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이어 줄 만큼, 음악은 힘이 세다.


밴드 Aobozu의 곡, Hotaru에 관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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