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의미를 찾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 받아본 적 없나? 내가 지금 입고 먹고 마시고 행위하는 모든 것들 속에서 의미를 발굴해 내지 못하면 삶이 텅 비어 버릴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아니더라도 강박처럼 의미를 찾게 되는 경험. 해 본 적 없나?
나는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람들의 말속에서, 행동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고 나와 그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이 지닌 의미를 찾아 내려 애썼다. 단순히 습관적인 것이기도 했고 내가 살아가는 한 가지 방식이기도 했다. 의미를 찾는 행위란 건 "왜?" 하고 묻는 행위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행위 배후에 숨겨진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왜?"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만큼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는 그 행위가 내 인생 전체에 있어 어느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어떻게 와서 어디로 가는지, 뭐 그런 걸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순간 의미를 찾는 데 성공할 순 없었고, 의미를 찾는 과정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 경로 위에는 크게 두 가지 종착지가 있는 것 같다. 회의주의 아니면 종교에의 귀의. 나는 앞쪽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의미 있다고 믿는 것을 괜히 비웃고 부정하기도 하면서. 중 2병 같은가? 어쨌든 은근히 그래 왔다. 의미를 찾는 과정의 소거법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랬던 내가 전처럼 의미를 찾지 않게 됐다.
그건 아마 생각을 멈추는 법을 깨달으면서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아주 피곤한 상태로 아는 형의 집에서 우연히 자게 되던 밤, 뇌가 생각을 멈췄다. 쓰지 않던 뇌의 뒷부분을 열어 그 깊고 어두운 부분에 생각을 몰아넣는 느낌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뇌도 제풀에 지쳤던 게 아닐까. 그날 이후로 생각을 멈추는 감각을 깨쳤고,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유용하게 쓰고 있다. 항상 '생각을 멈추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던' 나에게는 환영할 일이었다.
생각하는 행위가 뭔가를 해결해 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우리 안에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되고 느낀 건, 생각은 생각일 뿐이라는 거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 자체로는 현실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면 또 몰라도. 생각을 통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는 간단한 행복마저 위협하는 것 같다. 생각을 줄일수록 행복이 커지는 경우를 많이 겪어 왔다. 던져진 공을 물어오는 강아지는 공을 주우러 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그들은 행복하다.
의미를 찾는 행위를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 인간은 의미를 찾게끔 만들어진 존재니까. 하지만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 해서 쉬지 않고 달릴 순 없듯, 인간 역시 쉬지 않고 의미를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가끔은 '그냥'이 이유가 되는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 의미도 생각도 훌훌 털어 버리고,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잘 즐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