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뒷산 옆에는 회사가 없어.
그러니 점심시간 이용해서 온 사람은 아닐걸?
그들은 아마 나처럼 산책 나온 동네 주민이겠지.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온 뒤 내려가는 길목의 벤치 위에 놔두고 갔네.
한 바퀴 돌아봤자 한 시간이나 걸릴까 말까 한 작은 야산 오면서 꼭 커피를 플라스틱 잔에 마셔야 했을까.
꼭 거기에 두고 가야 했을까.
셋이 똑같이 반도 못 마실 것을 세 잔이나 다 사야 했을까.
도무지 마음에 안 들어 사진을 찍었어.
그런데,
나도 행여 내가 한 짓으로 오해받을까 사진이나 찍을 뿐 내 손으로 그걸 흔쾌히 치워주지 않는 나도 마음에 안 들어. 도무지 다 마음에 안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