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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옥 Jan 15. 2024

남편은 떠나고 나만이 덩그러니 혼자 집에 남아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이다 친구 같은 남편의 긴 외출이다. 대책도 없이 공포선언을 던지고 휑하니 밖으로 나갔다. 내 귀를 의심하는 순간이지만 현실이다. 그는 기약도 없이 다른 도시로 직장 이동이다. 홀로 남겨진 나를 의식조차 했을까? 도대체 나라는 존재가 그에게 무엇인가? 아니 부부라는 이름이 무엇인가? 물론 의논을 하긴 했지만 당연히 반대했다. 여긴 타국이라 부부가 의지를 많이 하고 살게 된다. 그래서 생각조차 안 해 본 일이었기 때문에 그 말이 가슴을 땅끝까지 밀어붙이는 충격이었다. 

   이제부터 철저하게 혼자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공포스럽고, 두려움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다. 남편이 원망스럽고 내가 너무 바보 같다. 나에게 이런 날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드디어 남편은 떠나고 나만이 덩그러니 집에 남게 되었다. 살아가는 생활 자체를 내 몸 덩어리 하나 빼놓고 남편한테 의지하고 지내왔으니 당연히 나에게 공포였다. 이 나이 되도록 내가 뭘 하고 살아왔다 말인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텅 빈집이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질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 그가 만든 반찬들이 냉장고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뱃속에서 밥 달라고 소리치는데도 먹을 수가 없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 질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일이 먼저니 내일 생각 하자. 일하는 중에도 머리가 복잡했다. 내가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았다.  평생을 남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살아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와 같다. 집안에 필요한 기본적인 일도 모를 정도로 남편은 자상하게 말없이 다 처리하고 함께했다.  산다는 것이 두렵다는 걸 처음으로 가슴에 안아 보았다. 누구에게나 듣던 홀로서기 연습을 해야 한다는 말이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여긴 여름엔 너무나 덥다 100도는 기본이고 에어컨이 없으면 호흡이 턱 밑에까지 차 올라와 견딜 수가 없는 곳이다.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더위와 씨름을 해야 한다. 어느 날 현관문을 열자마자 에어컨을 켰더니 갑자기 웬 대포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큰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에어컨 기계 고장이다. 그 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면 며칠을 견디어 보다가 사위에게 물어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남편도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지만 이해하긴 힘들었다 온몸엔 땀이 범벅이 되어 물을 계속 마시면서 견디었다. 물론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있지만 혼자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쉽지 않았다. 전기와 인터넷 문제가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집에 오는 발길이 너무 무거웠다. 힘겹게 문을 밀치고 들어온 순간이다. 갑자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감에 온몸이 흔들려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마음이 밑바닥까지 내려가 걷잡을 수 없는 감정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갈팡질팡 이리저리 헤매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해보지만 전화는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을 철저하게 나로부터 분리하여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아야 한다. 꼭 살아내야 한다. 혼자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고 불안감도 계속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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