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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 Jun 26. 2024

실패자는 해결자

헤어짐 후에 하는 생각

1년 동안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또 한 번, 연애에 실패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얼마 전 심채경 교수님의 실패관리법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미국의 우주기구 나사(NASA)에서는 실패한 사람을 절대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실패한 사람이 그 문제에 대해 가장 깊게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뭘 하면 실패하는지, 어떤 시도를 하면 되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경험치가 된다. 그래서 "넌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해준다고 한다.


헤어진 후에 온라인에서 성인 애착유형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안정형/불안형. 불안애착은 끊임없이 대인 접촉을 원하며 타인에게 과도하게 의존적이고, 대인관계에서 불안해한다. 상대에게 거부당하는 두려움이 심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타인에게 수동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 2019 버터


돌아보면 내 연애의 중심에는 항상 깊은 불안감이 자리했다. 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면 나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행동으로 표출되어 기쁠 때도 화가 날 때도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걱정을 현실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불안과 더불어 상대방에 대한 과한 의존도 관계를 망치는 원인이었다. 애인과 하루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함께 즐기고 그의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 사귀었던 사람과는 그의 집에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의존성이 더 심해졌다. 이런 습관은 자립하는 삶을 꾸려나갈 기회를 스스로 박탈했다.


헤어짐을 반복할 때마다 또다시 의지할 대상을 찾았다. 나를 보살펴주기만 하면 되니까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었다. 이 악순환을 멈추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봤다.


• 건강을 위해 활동적으로 운동을 즐긴다.

• 쾌활하고 밝은 에너지를 유지한다.

• 내면과 외면을 돌볼 여유가 있다.


적어놓고 보니 나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모습을 떠올린 것 같다. 나는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느끼는 부족함을 타인을 통해 채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바른 자아와 견고한 정체성 없이 관계를 맺을 때마다 자존감은 점점 떨어지기만 했다. 남을 판단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했다.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과 비례하는 거라면 앞으로 누구를 만나느냐가 아닌 어떻게 관계를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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