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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맅업 Litup Sep 23. 2021

어려운 현대미술에 대해 작가가 말하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 작가, 민준홍

 종종 유명한 미술관이나 아트페어에서 현대미술 작품을 마주했을 때, '무제(Untitled)'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 앞에서 서성여본 적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에서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어렵거나 친절한 설명이 생략된 작품을 보면서 수많은 물음표들이 떠다녔다. 그 수많은 물음표들은 미술책에서 보던 수백 년 전의 작품들과 너무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이 어려움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 민준홍 님에게 그동안 물음표였던 현대미술 작가가 영감을 얻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 속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 그리고 작가 본인의 꿈까지 물어보았다. 그러면 이 인터뷰 끝엔 나와 같이 현대미술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든 사람들이 현대미술 작품을 조금이나마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평소 도시에서 사는 사람으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일상생활에서 얻은 인상적인 광경들과 그 안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로부터 영감을 얻어요. 



*출처: 민준홍 작가 제공



 작가 민준홍 님은 도시의 삶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발견한 인상적인 기억들을 바탕으로 설치나 선으로 그리는 드로잉을 진행해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가 바라보는 도시는 개개인의 삶, 기억, 그리고 역사가 있는 공간이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면 모든 부분들이 연결되어 촘촘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던 그는 영국 런던으로 넘어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큰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독일 베를린,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등의 도시에서도 작업을 하면서 각각 다른 도시의 삶에 대한 인상과 느낌이 결국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작가는 자신의 관점과 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고 이를 토대로 시각적인 결과물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만 나와 같은 관객들은 전시를 통해 작품 안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미술가,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더 이상 사회에서 동떨어진 존재라기보다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사회 안으로 들어와서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재정적인 노력, 전략적인 접근 등을 신경 써야 하는
전방위적인 사업가와 같죠.




*출처: 민준홍 작가 제공

 지난해 반년 가까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국 전체가 봉쇄되던 시기, 작가 민준홍 님은 도시를 돌아다닐 수는 없었지만 우리에게 새롭게 닥친 사건을 통해 시각적인 결과물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지속했다고 했다. 또 그는 미술가, 예술가라는 사람들이 더 이상 사회에서 동떨어진 존재라기보다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사회 안으로 들어와서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재정적인 노력, 전략적인 접근 등을 신경 써야 하는 전방위적인 사업가와 같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예술가가 금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문화예술이 선진화된 나라에서는 예술가가 기업가 정신을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기업가 정신인데 예술가 또한 동일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작업을 하는 게 꿈인 것 같아요. 그런데 죽기 전에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스스로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충족되면 작업을 하지 않겠죠.




*출처: 민준홍 작가 제공

 앞으로의 꿈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가 민준홍 님은 아쉬움이 남지 않는 작업을 하는 게 꿈이라는 말과 함께 본인 스스로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충족되면 작업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제나 자신의 작품을 돌아보면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많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과거의 작품이나 전시가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봤을 때, 자신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절반 정도만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모든 게 데이터와 수치화가 되는 요즘, 예술이라는 분야는 유일하게 제삼자가 작품에 등수를 매기거나 숫자로 계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구도 만들어 놓지 않은 예술가 본인 스스로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작품을 만드는 과정들을 그 누가 평가할 수 있을까. 






 요즘 연예인들을 비롯해 누구나 그림을 그리고 사고파는 아트테이너가 많아지고 있는 시대, 예술의 경계를 규정하는 게 무의미해져만 보인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예술이란, 그 시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들과 이야기들이 담긴 시각적인 형태가 아닐까? 또 진정 미술가란, 단순 아름다움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이 아닌 사회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통해 관찰한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달하고픈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이 곧 현대미술이고 작품 속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건, 나와 같은 관객의 몫이 아닐까? 작가 스스로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즐기듯이 말이다. 



 

*현대미술 작가 민준홍 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맅업 팀이 생각한 점들과 함께 재구성했습니다. 작가 민준홍 님의 자세한 이야기들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1편 두려움 없이 전시 보는 방법


2편 왜 예술가는 사업가일까요? 


3편 솔직하게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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