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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맅업 Litup Mar 23. 2022

영화 <스펜서> 의상을 제작한 김동현 테일러의 이야기

영국 정통 양복을 만드는 김동현 테일러 인터뷰 2편

 영화 <스펜서>에서 찰스 왕세자(배우 잭 파딩) 의상을 제작한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영국 런던 세빌로에 위치한 영국 정통 양복 가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일한 김동현 테일러인데요.


 세상과 연결된 문화예술을 전하는 맅업이 트란퀼 하우스의 김동현 테일러님을 만나 '테일러' 직업과 패션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답니다.

*인터뷰는 총 2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인터뷰 1편 '영화 <스펜서>를 통해 보는 영국 패션과 문화' 바로 가기     



Q. 영국 대학교에서 학부부터 공부하셨는데요. 처음 테일러링을 시작할 때, 어떠셨나요?




 양복을 처음 배울 때, 정말 바느질을 못하더라고요(웃음). 무조건 바느질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늘을 쥐고 잠자기도 했죠. 테일러링에 있어 기술적인 부분들이 중요한데 100 번째는 잘 안 되지만 160 번째쯤 되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작은 부분들을 하나씩 성취해가는 게 기쁘더라고요.



*실제 김동현 테일러 가게에 있는 19 세기 영국 백화점 카탈로그 서적(왼)과 책 '남아 있는 나날'(오)


 또 영국에 가기 전부터 패션 관련 이론들을 공부하는 걸 좋아했는데요. “왜 이 옷을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생각하면 역사적인 증거들이 보이더라고요. 이 증거들을 알아가는 게 재밌었고 실제로 옷을 만들면 새로운 가치들을 녹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영국 정통 양복을 만들기 위해 영국 문화와 영국인의 특성을 책, 영화, 문화예술 등을 통해 익혔는데요. 최근에도 영국 이민자 출신 일본인 작가가 쓴 책 ‘남아 있는 나날(가즈오 이시구로 지음)’을 읽으며 영국 문화와 영국인의 특성을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영국 문화를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남아있는 나날'을 추천해 드려요(웃음). 


테일러링(tailoring)이란? 주어진 대상에 딱 맞게 줄이거나 늘리는 것을 말해요. 원래는 남성 양복을 고객의 몸에 딱 맞도록 재단한다는 뜻이에요.



Q. 동현 님께서 졸업하신 영국런던예술대학의 ‘비스포크 테일러링(맞춤 양복)’ 학과는 우리나라 패션 학과와 어떻게 다른가요?


 영국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 이론 수업과 실기 수업으로 나뉘는데요. 우리나라 패션 학과는 단순 취업을 위한 커리큘럼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도 영국에 가기 전엔 우리나라에서 학교에 다녔는데 디자이너를 양성시키기 위해 순수하게 패션을 탐구하기보단 취업을 위한 실용적인 부분들을 더 중요시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대학교를 1년 다니다가 대구에 있는 영국 양복점에서 무보수로 근무하며 테일러라는 직업을 경험하고 영국 런던에 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또 우리나라 대학에선 지금 트렌드가 되는 상업적인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영국은 지금까지 해온 상업 디자인을 허용하지 않아요. 자신만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발전시키는 걸 추구하죠. 





Q. 테일러라는 직업에 있어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하고 그런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일단 바느질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성실성과 꼼꼼함이 필요해요. 결과적으론, 사람이 입는 옷을 만들어야 하기에, 미적 감각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고요. 혼자 바느질만 하는 게 아닌 현시대와 문화에 맞출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해 문화적인 것들을 많이 경험해야 하죠.


 과거의 장인들은 기술적인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문화와 기술을 접목해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감각적인 양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양복을 입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이것’만 잘 챙기면 센스 있어 보이고 의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양복엔 ‘Must-Have-Item(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요. 양복은 오랜 세월을 걸쳐 자신에게 맞는 분위기가 나타나는데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체화가 되면 어떤 걸 걸쳐도 멋이 나죠.


 또 양복의 본질과 역사를 알면 어느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겨요. 결국 이런 포인트들이 멋과 우아함을 만드는 방법인데요.



 “거울 앞에서 최선을 다해 옷을 입고 밖에 나가면 옷을 잊어라” 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꾸미면 멋이 안 나죠.


Q. 최근 우리나라 2030 대의 패션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튜브를 통해 2030대의 패션 문화를 보면서 공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바버 자켓이라고 검색하면 백이면 백 똑같이 입는데요. 본래 바버 자켓은 교외 사냥에서 더럽게 입고 헛간에 보관하는 옷인데 말이죠. 


 또 요즘 20 대 남성들 사이에선 시티보이룩이 유행해 똑같은 패션 스타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패션을 모방하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하고 결국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해요. 





Q. 동현 님처럼 테일러를 꿈꾸는 사람들, 혹은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이 직업을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단순 끈기의 문제보다 내가 살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면서 살아가게 될까? 라는 소명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물질과 명성 이외에 자신의 내면에서 이끄는 무언가가 바로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테일러뿐만 아니라 직업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소명 의식을 찾으셨으면 해요. 



누구나 문화예술을 쉽고 재미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 문화예술 큐레이션 뉴스레터 '맅업'입니다. 맅업을 통해 누구나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8시 20분 맅업을 메일함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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