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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Feb 15. 2024

#00. 청춘의 문장들

사실은 지금도 나는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기만 하다

자주 절박해지는 만큼 자주 행복한 요즘이다. 힘에 부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다시 일어서려고 아등바등한 결과인 것 같다.


여태껏 잘 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잘 해낼 거라고 믿었지만, 취업은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더라. 움파룸파마냥 삐뚤빼뚤 작아지는 경우가 참으로도 잦았다. 나의 일기장도 병들어버렸다. 가장 진솔할 수 있는 공간에 생채기가 너무 많이 생겨 이전의 나다움이 옅어졌다.


연필을 들어 하루를 톺아보는 시간을 좋아한다. 하나하나 톺아보다가 꼭 기억하고 싶은 일을 일기장에 적는다. 동동 떠있는 기억을 글자에 옮겨 새기면 그 가치도, 유효기간도 훌쩍 길어지곤 한다. 일기장 속에서 제일 솔직하고 나다운 나라서, 요즘의 일기장은 영 적응이 안 된다. 나를 향한 비난과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하루가 통으로 비어져있는 게으름과 무기력의 합작 등. 가장 되고 싶지 않은 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태로는 취업을 해도 기쁘지 않을 것 같았다. 온전한 '나'로 취업해서 책을 만들고 싶다. 운 좋게 편집자가 되어도 내가 만드는 책에 이런 수상스러운 기운이 묻어날 걸 생각하면 정말 싫어서, 바꿔보기로 했다.


음, 과감하게 일기장을 포기했다. 어릴 적부터 해온 습관을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를 죄는 습관을 나를 위해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생 책 한 권을 꼽으라면 김연수 작가님의 [청춘의 문장들]이다. 순간을 사로잡는 문장을 만난다는 건 특별한 일이기에, 그 문장을 담아 본인의 청춘에 녹여낸 글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 책을 만난 이후부터 늘 다짐했던 것 같다, 나만의 청춘의 문장들을 새겨보겠다고.


일기를 포기한 지금이 청춘의 문장을 새기기 가장 좋은 때인 것 같아, 일기장 대신 노트를 펼치기로 했다. 나를 사로잡은 문장으로 하루를 기억하기로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글로 옮겨 읽을 때마다 아픈 대신, 그냥 좋아하는 문장으로 하루를 남기는 게 훨씬 다정한 일이 아닐까!


이 글은 ⌈청춘의 문장들 by 고은⌋의 프롤로그이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의 하루는 애정하는 문장들로 가득 찰 예정이다. 가끔 힘든 날엔 어떤 문장이 하루를 대변할지 모르겠지만, 모쪼록 이곳 또한 내가 아끼는 곳이 되길 바란다. 이곳이 내 취향으로 가득한, 아주 다정하고 몹시 현명한 공간이 되길.


프롤로그의 문장은 꼭 ⌈청춘의 문장들⌋에서 가져오고 싶었다.


사실은 지금도 나는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기만 하다.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사랑하는 것, 제일 잘하고 싶은 것이다. 나를, 남을, 많은 것을 듬뿍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되게 어렵다. 그래서 난 아주 작은 것에도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맛있는 걸 꼭 먹이고 싶은 마음, 잠자리가 불편할까 걱정하는 마음, 상대의 아픔에 깊게 공감하는 마음 등, 마음의 모양이 달라도 모두 사랑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면 우리 모두 사랑에 능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예쁜 사랑은 다정함이다. 그래서 늘 최선을 다해 다정해지려고 한다. 소소한 다정들을 모아 사랑을 무척이나 잘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저의 여정을 함께 지켜봐 주십쇼!


프롤로그 주제에 너무 긴 것 같지만, 진심을 최대한으로 담고 싶었다. 오랜만에 설레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내일의 난 어떤 문장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그 문장은 나의 하루를 어떻게 그려낼까?


무해한 하루 속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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