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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트 Apr 06. 2022

자아실현

자아실현. 참으로 많이 보아온 단어이다.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 과연 무슨 뜻일까? 자아라는 것은 무엇이길래 그렇게들 실현하라고 하는 것인가? 자아실현 외에도 '삶의 의미', '인생의 목표', '삶의 방향성', '자기 자신이 되는 것'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슷한 것을 말하고 있다.


'자아'라는 것은 오랫동안 다양한 형식으로 쓰여왔으나, 대체로 감정, 의지, 행위의 주체로서 인식되는 나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자아실현이란 주체로서의 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이 되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너무 추상적이다. 지금의 나는 타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물론 이 말의 뜻은 사회적 기대나 압박, 타인의 요구 등에 맞춰 사는 삶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뜻일 것이다. 문제는 주체적인 나라는 것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위에는 주체적인 나라고 했으나, 정확히는 나라고 하는 주체가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우리의 인지, 사고, 감정, 의지, 행위 등을 통합하는 것이자 이들의 주체인 무언가를 나, 자아라고 하는 것이다. 인생이나 삶이라 하는 것은 이것의 연속성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의미나, 인생의 목표, 방향성이라는 것은 결국 저 추상적인 무언가를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 것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풀어쓰니 자아실현이니 삶의 의미니 하는 표현들이 어느 정도 통합되지 않았는가?


그럼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자아'나 '나'라고 불리는 추상적인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무슨 도교의 도(道)처럼 짧은 단어로 묶어서 눈에 보이는 듯이 적어놓았지만 실체는 너무나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이것을 일단 보이는 것부터 생각해보자.


먼저 '나'라고 할 수 있는 첫 요소로 기억을 들 수 있다. 기억이란 해마를 통해 정제되어 뇌에 기록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정말 확실한 정보인가? 우리는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며 왜곡되어 있다. 그저 그랬을 것이라 믿을 뿐이다.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단순 정보마저도 그저 그렇게 믿을 뿐 정확하진 않다-이것이 정확했다면 모든 시험을 만점 맞았겠지-. 결국 기억은 우리의 믿음일 뿐이다.


그럼 다음 요소로 '생각' 혹은 '사고'라고 하는 것이다. 데카르트가 말했던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럼 이것은 얼마나 자아를 표현해 줄 수 있는가? 생각이란 넓게는 의식의 활동과 내용을, 좁게는 판단과 그것의 요소인 개념, 판단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결합된 추론을 말한다. 쉽게 말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다루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앞에 말했듯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 즉, 기억이라는 뜻인데, 이는 위에 말했듯 믿음이다.


그럼 사고와 기억 이전 정보가 들어오는 감각은 어떨까? 우리는 감각을 인지하고 느낀다. 그리고 이는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 상호작용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아니다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통해 대부분이 빈 공간인 원자들의 집합체를 꽉 찬 물체로 인식하고, 원자 간의 전자기력이 서로 밀어내는 것이 촉감으로 느껴지는 등 우리는 그저 매질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즉 이 또한 강력한 믿음이다.


위의 세 요소를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 믿음이다. 믿음이 강해지고 여러 믿음이 교차되어 확신이 되고 믿음들이 엮여 논리가 되고, 이런 믿음들이 뭉쳐져 자아가 된다. 자아는 '나'라는 이름의 믿음이다.


그렇다면 자아실현은 믿음의 실현이다. 자신의 믿음을 현실에 적용하여 실현하는 것이다. 혹은 나의 믿음을 현실에서 체감하거나 말이다. 즉, 현실이라는 환경을 믿음과 일치시키는 것이 곧 자아실현이다. 물론 합리화는 자아실현이 아니다. 합리화하여도 그저 외면할 뿐, 이미 스스로 그것이 일치하지 않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합리화 없이 순수하게 일치성을 찾아가는 것이 자아실현이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핵심 신념, 가장 내밀하고 원초적인 믿음을 알아가야 한다. 자신의 핵심 신념(핵심가치라고 해도 좋다.)을 알아야 이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자신을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합리화와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 철학도 하고, 경험도 하며, 지식을 쌓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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