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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트 Mar 25. 2022

순수하다는 것

순수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순수하다는 건 화학적으로 순수하다는 뜻이 아닌 사람에게 쓰이는 순수함이다. 순수한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어지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순수하다는 것의 기준을 목표의 구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목표가 얼마나 구체적인가로 행위와 의도, 동기가 얼마나 순수한지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친해졌으면 한다'는 애매한 목적은 꽤나 순수하게 느껴진다. 그럼 여기에 구체성을 더해보자. '친절한 사람이라 친해지고자 한다' 아직은 순수한지 안 한 지 애매하다. 그럼 여기에 '친절한 사람이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어떤가? 조금 더 나아가 '친절하니 나에게 좋을듯하여 친해지고 싶다', '친절하니 도움이 될 듯하여 친구가 되고 싶다' 어떠한가? 이제는 순수하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에 대한 이익 추구 때문일 수도 있으니 조금 문장을 바꿔보자. '친절함은 내가 좋아하는 가치니 친구가 되고 싶다' 이전의 문장보다 나아 보이나 여전히 첫 문장보다는 순수하지 않아 보인다.


즉, 행위나 의도의 목적이 구체화될수록 덜 순수해진다. 어느 기준으로 '순수하다', '순수하지 않다'로 나뉘는 것이 아닌 상대적인 기준으로 스펙트럼처럼 나열된다고 생각한다.


순수함을 생각할 때 우린 경험을 중요한 변인중 하나로 보는듯하다. 경륜이 많은 사람을 순수하다고 잘하지 않고, 고인물을 순수하다고 하지 않는다. 보통 사회 초년생이나 신입, 뉴비 등을 순수하다고 한다. 이 또한 앞의 내용과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인간은 구체성을 가지게 되는 듯하다. 그것도 무의식적이며 자동적으로 말이다.


우리의 뇌는 항상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예측하는 기계이다. 그런데 뇌가 돌리는 이 시뮬레이션에 경험이라는 데이터가 추가됨으로 자동적으로 목적이 좀 더 구체화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경험을 수많은 결과를 쌓게 만들어 주고, 뇌가 결과를 예측하게끔 만든다. 즉, 결과의 가능성 폭이 표준편차 내로 모이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구체적인 결과를 떠올리게 하며 목적을 구체화시켜준다.


순수성의 기준이 위와 같고 경험에 따라 수수한 정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 우리들은 어째서 순수한 것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을까? 경험이 많고 목적이 구체적인 게 단순히 생각해보면 더욱 좋지 않은가? 물론 그런 이유에서 순수하지 않을걸 선호하기도 하나, 그런 경우라도 순수한 것을 크게 싫어하진 않는 듯하다. 왜일까?


개인적으로 우리가 순수함을 좋아하는 이유는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 즉, 목적성이 옅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목적성이 옅다는 건 행위나 행위의 대상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구체적인 목적이 존재한다는 것은 행위와 그 대상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친해진다라는 위의 예시를 다시 이용해 보면 친해지고자 하는 존재를 목적 그 자체로 대하느냐, 특정 조건을 가진 친구라는 특정 관계를 위한 대상으로 보느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순수하다는 것은 구체적인 목표나 목적성이 없는 것이며, 동시에 행위나 대상 그 자체를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위에 말한 경험과 순수성의 반비례 또한 경향이라 표현한 것이다. 경험이 많더라도 행위나 대상을 목적으로 대하는 모습들은 순수하다.

가끔 수학이나 과학에 빠져있는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을 보면 순수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이런 것 같다. 수많은 경험 속에서도 어떠한 상이나 위치, 명예 같은 것이 아닌 수학이나 과학 그 자체를 사랑하고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 곧 순수성으로 다가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항상 순수한 것만을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히 구체적인 목표 수립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경우는 많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두고 볼 때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하나쯤은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마 이 순수성이 곧 나의 방향성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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