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자유라는 핵심가치와 그것의 보조적인 가치들을 보았다. 그럼 다른 강하게 남은 의미 있는 기억들을 다시 둘러보자.
순천만과 퇴근길의 석양이 어째서 그리 기억에 강하게 남았을까? 당시 느낀 경이감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감정과 기억이 이토록 강렬하게 각인된 것일까? 이번에는 이와 같은 기억들의 집합에서 어떤 가치들이 있는지 돌아보려 한다.
앞서 말한 석양들과 비슷한 집합의 기억들을 더 찾아보자면 퇴근길 밤하늘의 별과 한적한 언덕에서 보았던 은하수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생각해본 결과는 내 지식의 체화였다는 것이었다. 석양을 보며 거대한 지구의 자전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의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인 지구를 경험했다.
지식이라는 형태의 믿음이 경험으로서 체화되었을 때 강렬히 다가왔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나의 믿음을 구체화시켜주고 명백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읽었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즉, 나의 신념, 믿음 등의 인지 도식이 구체화되고 명백해질 때, 머릿속에만 있던 것이 실재하는 것을 통해 체감되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어쩌면 물아일체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믿음의 구체화, 자아실현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의 말을 빌리면 가치의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정리해보자. 실존주의 철학에서 하는 말을 조금 빌려와서 말해보자면, 우리는 아무런 목적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내던지는 실존의 방식을 취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허허벌판에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 내던져진 존재가 스스로를 어떻게 어디로 던지느냐일 것이다. 이를 알기 위해 던지는 자이자 던져지는 자인 나에 대해 알아야 했다.
앞서 나는 나 자신의 감각에는 예민하며, 타인이나 환경, 분위기 등에는 둔감한 존재이다. 나의 속성을 파악하고 나서는 어디로 어떻게 던질지 보아야 한다. 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보았든 핵심적인 가치는 자유였다. 이 자유라는 가치를 좀 더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만들어줄 가치는 관계였다. 이것은 어떻게 던진다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어느 방향으로 나를 내던지든 나는 관계 속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또한 자유라는 가치의 실행/표현 가치는 능동성이다. 어떻게 던지든 내가 내던지는 것이며 나를 내던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도 그 선택은 스스로 해야 한다. 던질지 안 던질지 어떻게 던질지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럼 어느 방향으로 던지느냐? 나의 믿음을 검증하여 구체화시키고, 믿음들이 쌓여 이루어진 자아를 실현하는 것. 즉, 나의 믿음, 신념, 가치, 자아를 검증, 구체화, 확장, 실현이 내가 나를 던질 방향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나올 것이다. 바로 '그래서 그 믿음, 신념, 가치, 자아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냐?' 조금 줄이면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바로 이것이 이후의 내용들일 것이다. 인간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상황에 대해서 등 다양한 나의 시선들을 돌아보고 평가하여 구체적으로 나를 내던질 지점을 말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