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리쓰는미리 Jan 31. 2021

7.혼자 벌어서 넷 먹여 살리기 힘들어,너 일 할거지?

고부갈등의 서막


그렇게 우리 부부는 세쌍둥이 부모가 되기로 했다.



 병원 진료 때, 최소로 먹고 최대로 누워있으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삼둥이 임신은 단태아에 비해 임신성 당뇨나 임신중독이 올 비율이 높다며 최대한 적게 먹으라고 했다. 태아들은 산모 몸에 이미 축적되어있는 영양분으로 잘 자라니 걱정하지 말라했다. 아무래도 삼둥이 임신은 자궁이 버텨야 하는 무게가 크기 때문에 최대한 누워서 지내야 세쌍둥이 만삭 출산 주수인 35주에 가깝게 버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난 한 끼에 밥 1/4 공기를 먹었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23시간 이상을 누워서 지냈다. 임신 초기 입덧이 끝난 후에는 그래도 가끔 산책도 나가고 먹고 싶은 음식 한 끼 정도는 마음껏 먹기도 했지만 주수가 찰 수록 먹는 것도 누워있는 것도 점점 더 힘들어졌다.



 우리 부부가 삼둥이 출산을 하기로 마음먹고서 바로 시부모님을 만나 이 소식을 전했다. 워낙에 걱정이 많으셨기에 병원 진료 결과를 말씀드리고 최대한 조심히 지낼 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켜드리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의 결정을 들으신 시아버지께서 잘한 결정이라며 용기 있는 선택을 지지해주셨다. 그 말을 듣던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미리야, 그런데 너 일할 거지? 애들 36개월까지 키우고서 일할 거지?"

"네?"
"36개월 되고 나면 애착도 어느 정도 안정되잖아. 그러면 나가서 일해야지. 남자 혼자 자식 셋이랑 마누라까지 건사하기 힘들어. 너 전문직이니까 일해야지. 할 거지?"

"네, 제가 일을 안 하던 사람도 아니고 해야죠. 지금도 하고 싶어요."



 기가 찼다. 손주 셋을 품고 있는 며느리에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너무 놀라웠다. 표정관리가 안 되고 속에는 천불이 올라왔지만 꽉 눌러 담고 웃으며 대답했다. 결혼 전에도 후에도 한시도 쉬지 않고 일했던 나이기에 임신과 육아 때문에 일을 쉬어야 하는 이 상황이 나 역시 속상한데 꼭 그런 말씀을 하셔야 했을까. 아이들을 품기로 마음먹은 아들 부부에게 응원의 말씀만 해주시면 좋을 텐데 안 그래도 불안한 나의 마음에 큰 불씨 하나를 던지셨다. 몇 년이 지났어도 그 말은 내 맘에 상처가 되어 남아있다.



 그리고는 어머님께서 아이들이 일란성이냐 이란성이냐 물으셨다. 난 아이들이 각각 따로 아기집에 있어 뱃속 아기집이 3개라고 말씀드렸다. 삼란성이라 아이들 성별과 외모는 다 다를 거라고 설명해드렸다. 설명을 듣고 시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아휴 다행이다. 난 셋 다 얼굴이 똑같이 생겼을까 봐 걱정했거든. 아무튼 다 다르다는 거지? 난 쌍둥이들 똑같이 생긴 거 좀 별로더라. 다행이네!"


 셋이 똑같이 생기면 똑같이 생긴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마냥 예쁠 내 새끼들인데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뱃속 아이들이 일란성이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호르몬의 노예였던 나는 시어머님의 말씀과 말투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었고 그 생각들은 나를 좀먹었다. 이날의 시어머님의 어록은 훗날 고부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그날 난 마음먹었다.



'36개월? 아뇨! 100일만 지나면 일할 겁니다. 아드님 힘들지 않게 돈 벌어올 테니, 아이들은 어머님이 맡아주세요!"




고부갈등의 서막.. 두둥!!









-아이들이 6살이 된 지금의 저는 시어머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불안한 시기였기에 어머님께서도 워낙 걱정이 많으셨고 저 역시 흘려들을 수 있는 걸 모두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많은 일들을 겪고 어머님도 저도 많이 성장했어요.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랍니다. 혹시나 해서 덧붙여요. 앞으로 고부갈등 이야기가 계속될 텐데요. 재미있게만 봐주세요!ㅎ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