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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이 Oct 23. 2023

고독을 치웁니다

제4화 고독사 후보

현관문 앞이 소란스러웠다.

 " 이게 무슨 일이야? 전 씨가 죽은 게 맞아요?" 

잠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기는 문을 살짝 열어 바깥동태를 살폈다. 

"누구세요?" 현기가 물었다.

"아니 전 앞집에 사는 사람인데 이 사람 어떻게 죽었데요?  내가 시골 내려가기 전에도 인사하고 그랬는데......"

"아, 그건 저희도 자세히 모르고요. 일주일정도 되셨다고 하더군요." 

"일주일? 이렇게 냄새가 나는데요?"

"네, 보일러를  세게 틀어놓고 돌아가셔서 아무래도. 세균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해서요."

"네네, 정말 허무한 게 사람인생이네. 멀쩡히 인사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가버리고, 남일 같지가 않네!"

앞 집 남자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했던 동년배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가끔 씩 자기 집 문을 열고 서성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이 집으로 들어와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흉한 모습을 보게 될까봐 두려운것보다는 친근했던 이웃의 마지막 배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등대는 것으로 보였다.



 

쓰레기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이제는 사다리차를 이용해서 가구들을 내보내고 벽지를 뜯어내면 오늘일은 끝 날 것 같다.  얼룩은 내일 다시 작업을 해봐야지만,  하루 더 연장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다리차에서 가구를 내리는데 앞집 남자가 기웃거렸다. 

"그런데, 뭐 좀 물어봅시다. 혹시 나 같은 사람도 이 일을 좀 할 수 있을 까요?"

"그건 저기 사장님께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현기는 사람들이  특수 청소일을 하면 떼돈을 번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마 앞집남자도 그래서 관심을 보이는 모양이지만 일당도 생각보다는 세지 못하고 막상 일을  시작하면 하루도 못 채우고 그만 주는 사람이 부지기 수다. 이일을 하려면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강해야 한다. 물론 면접 볼 때마다 사장님이 누누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사람들도 자신의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 지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있다는 사람들이 먼저 그만두는 경우를 부지기 수로 보아왔다고 손사장이 말하는 걸 들을 적이 있다.

손사장이 고개를 흔드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 명이 일하는 것은  애매하기도 하다. 무거운 짐을 옯기려면 한 명 더 있으면 좋을 테지만, 요즘은 잉 일이 돈을 많이 번다니까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이일로 뛰어들다 보니 예전만큼 일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영목과 현기도 가끔은 번갈아 가면서 한 명만 나가서 일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명함을 건네주고 있었다. 장갑도 갈아낄  곁으로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쉽게 생각하시면 안 되는 일이에요. 건강해 보이시기는 하는데, 무거운 짐도 옮기는 일도 많고 무엇보다도 냄새 아시죠? 복도에서 맡는 것보다 열 배는 지독한 냄새를 맡아야 해요. 정신력이 강하지 않으면 괜히 트라우마만 남기게 됩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손사장은 단칼에 거절하기가 그런지 우회해서 말을 했다. 현기는 손사장이 명함은 그냥 형식상 건넨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손사장은 말을 짧게 끝내고 싶을 때는 일단 명함을 들이밀고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막상 연락을 해오면  사람을 구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끊어버리는 것이다. 


"저는 김호성입니다. 전화할 때 기억해 주세요." 앞 집남자는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서 재차 손사장에게 확인 사살을 했다. 김호성 씨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10미터쯤을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현기에게 물었다.

"혹시 가족들은 왔다 갔나요?" 

"아뇨, 이 분 가족들께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유품만 따로 모아놨어요." 

"그럼 가족이 계속 안 나타나면 이 사람 장례는 누가 치른데요?"

"무연고로 처리되실 걸요. "

"무연고?  죽어서도 쓸쓸한 팔자구먼. 무연고로 장례를 치르면 저는 가 볼 수 없겠죠?"

"아뇨, 가볼 실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시청에 물어보시면 날짜와 시간을 가르쳐 주실 거예요."

"고마워요. 청년. 정말 젊은 나이에 이런 일을 다하고. 말이죠, 나처럼 외롭게 살다 가신분들의 뒤처리를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내 일처럼 여겨져서요. 나야말로 오늘 당장에라도 심장마비로 죽으면 아무도 들여다 봐 줄 사람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전에는 앞집 그이랑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내가 없을 때 먼저 가버렸으니. 후우" 

김호성 씨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했다. 미래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흘리는 눈물인지 고인을 위한 눈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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