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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이 Oct 23. 2023

고독을 치웁니다

제7화 희철이의 죽음

당장 돈이 급한 우리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가 쿠*에서 일을 했다. 우리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선배에게 당한 일로 인한 트라우마가 만만치 않았다. 세상이 첫발을 디디자마자 가족으로 생각했던 사람에게  사기나 당하는 인생이 원망스러웠다. 한 번 버려진 인생은 세상으로부터 언제든 쉽게 내쳐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당시, 우리는  갑자기 정전이 되어, 어두운 속에서 눈만 껌벅이고 있는 모양새였다.  나와 희철이에겐 촛불을 찾아 불을 밝힐 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까지 나는 몰랐다. 나보다 희철이 더 소진되어 있었다는 걸.


물류에서 근무시간을 배정받을 때 우리는 서로 갈라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정원배정 문제로 나는 야갼근무를  희철은 오전 근무를 하게 된 거다. 우리는 한 동안 얇은 널빤지 같은 벽을 사이에 둔 방에서 살며 서로 만나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간혹 한번씩 하는 카톡이 전부였다. 일하고 고시원에서 잠을 자는 것이 전부였다. 희철이 일하는 동안 잠에서 깬 나는 게임을 하거나 폰으로 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주말도 없이 일을 했다. 그러다 점차 점심시간에 하는 문자의 횟수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한 달 동안에 우리는 고시원과 물류를 오가면서 로봇처럼 일을 하기만 했다.

희철이와 나의 근무시간이 같았더라면 이렇게 까지 우리는 외로운 사투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까?

외로운 시간들이 쌓여만 같다. 단지그 외로움은 감지되지 못하는 공간에 감춰져 있었을 뿐이다.  




희철이와 문자마저 나누지 않는 날이 7일 정도 되었을 때, 나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냄새는 희철과 벽을 마주한 곳에 가까이 갈수록 짙어졌다. 사람들이 어디서 이런 이상한 남새가 나는 것이냐며 쓰레기 좀 잘 갖다 버리라면서 군시렁거렸다.  희철의 방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나는 희철의 방문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희철이 버리지 않고 있던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줄 생각이었다.




나는 삼 년이 지난 지금도 단 한순간도 그 방문을 열었을 때의 장면을 잊은 적이 없다. 희철이 창틀 위에 끈을 묶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바닥엔 숨이 끊어지는 순간 희철이의 몸에서 배출된 배설물이 고여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고시원 총무가 119와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나는 희철의 시신을 부여잡으려고 두어들었지만 사람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난 그렇게 이 세상에서 유일했던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를 잃고 말았다. 정말 혼자가 된 것이다.

나는 한 동안 희철의 체취가 남아있는 방 안에서 먹지도 잠들지도 않은 채 쭈그리고 있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난 일주일 만에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온 고시원 총무 때문에 바깥으로 나왔다. 눈을 뜨자 보육원 원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원장님은 나를 희철의 뼛가루가 안치되어 있는 추모공원으로 데려갔다. 희철은 노숙한 문양이 있는 하얀색 병에 담겨있었다. 그게 세상에 태어나서  누구나 가지고 있던  가족 갈망하며 살아가던 한 청년의  최후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희철이의 사진 싫었다.  생전의 희철이가 저렇게 환하게 웃은 적 몇 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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