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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늘 Jun 03. 2021

라때 한잔으로 시작하는 금요일 아침

청국장을 아침밥으로 라떼는 후식으로

어김없이 돌아오는 금요일은 어느 때와 같이 반갑다. 주말에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금요일이기에 반갑다. 오늘 아침은 청국장인가 보다. 구수한 냄새가 내 방까지 풍겨온다. 민군의 아침 준비하는 부산스러운 소리는 늘 듣기 좋다. 


야채 준비는 내 몫이기에 씻고 썰어서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치고 맛나게 그릇에 담아내었다. 음식은 데코레이션이 맛의 50%는 먹고 들어간다. 뒷마당으로 나와 예쁜 꽃과 함께 밥상을 준비한다. 색이 조금씩 바래 가는 조화지만 있는 것 만으로 미소가 번진다. 새로 심은 작은 꽃나무들과 푸른 수영장은 언제 봐도 보기가 좋다. 수저와 젓가락을 놓고 드디어 청국장을 내어온다. 온 동네 냄새가 풍길 테니만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갈 테니 괜찮다. 


뜨거운 아침 햇살이 뒤뜰에 있는 테이블 앞 까지 내려쬔다.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나와 얼굴에는 그늘이 생긴다. 이렇게 좋은 아침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유튜브 음악 "At cafe lofi jazz"가 흐르고 민군도 뒷마당 의자가 앉았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할 일도 많은 아침은 시작되자마자 끝이 났다. 누군가 그랬던가 음식은 하는데 한 시간이 걸리고 먹는 데는 10분이면 된다고... 


먹깨비가 강림했는지 밥도 너무나 맛있다. 어느덧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일을 시작하기 전 한 시간쯤 여유가 있다. 늘 후식 준비는 내가 한다. 오늘은 아이스 라떼!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서 Breville 커피 머신을 켜고 커피콩을 갈아서 에스프레소 2 잔을 만든다. 여름용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우유를 반쯤 채운다. 마무리로 에스프레소는 그 위에 살짝 부어주면 끝!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이런 출근 전 여유다.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금요일 하루를 시작하기 전 커피 한잔의 여유는 정말 값지다. 캐나다 몬트리올도 지옥철과 지옥 버스가 있지만 오늘은 바쁜 다운타운을 가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없다. 코로나 덕분에 생긴 재택근무의 좋은 점이랄까?


정신병원 다녀온 후에는 많은 것들이 감사하고 고맙다. 따뜻한 햇살, 상쾌한 공기, 아름다운 꽃, 푸르른 나무들.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산다. 자연은 우리 모두에게 나름 공평하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경험할 수 있다. 


금요일이라서 맛있는 아침을 먹어서 그리고 완벽한 라때를 마셔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저 좋은 사람과 아름다운 햇살을 쬐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내일을 토요일이니깐 아무것도 안 하고 티브이 보고 웹툰 보며 놀 것이다. 그래서 또 금요일은 좋은 날이다. 자 우리 모두 금요일을 사랑하고 토요일에는 놀자. 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행복하자. 


두 눈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피부가 있음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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