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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파도 회사는 관심이 없다

다시 그 당시 얘기로 돌아가서 모회사에서 오신,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과 같이 일하게 되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그분들의 업무방식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개인의 특성이 더해져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어떤 일을 하던지 일의 목적이 이해가 되어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 스타일인데 모회사의 그분들은 일을 목적도 그리고 방향도 정확히 알려주지도 않고 무조건 하라는 식으로 일을 던지고 있었죠.

그때 왜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일을 억지로 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더해서 본인들 기분에 따라 진행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는 것을 겪으면서 다른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고 말 그대로 멘털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결국 몸에 탈이 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미련하게 계속 출근하다가 회사에서 계속 구토하고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까지 오더군요.

그때서야 병원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까지만 기억이 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에 입원해서 병실에 누워있었고 지금도 어떻게 내 발로 병원에 찾아가서 입원을 했는지 기억이 흐릿합니다.

아프면 바로 병원을 갈 생각을 해야지 그깟 일이 뭐 중요하다고 병원 가면 일에 지장이 생긴다고 미련스럽게 아픈 것도 참아보겠다고 했던 그 당시의 내가 참 안쓰럽고 바보 같네요. 


입원하고 보니 생각보다 병이 깊어서 정확한 진단을 하는데만 1주일 이상이 걸렸고 그 사이에 병은 점점 더 심해져서 헛것도 보이고 눈 초점도 맞출 수도 없고 대소변도 마음대로 안 될 정도로 꽤 심각했었습니다.

병이 워낙 심해 한 달 넘게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해야 했었는데 겨우 일상생활이 가능해져서 퇴원을 하려고 하니 계절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제 병이 얼마나 심했었던지 나중에 담당 의사 선생님과 그 당시 제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해보니 그 정도로 병이 악화되었으면 병이 낫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였다네요 그리고 만에 하나 병이 나았더라도 거의 99% 확률로 후유증이 남는 상황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본인 예상하고 다르게 퇴원하고 정기검진 때 찾아온 내가 완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너무 건강해 보여서  본인도 너무 놀랐고 기분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다시 입원 당시로 돌아와서 한 달이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 그 기간 동안에도 회사는 절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좀 나아져서 겨우 앉아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제가 있던 팀의 팀장, 차장이 갑자기 병문안을 왔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병이 난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괜히 봤다가 더 안 좋아질까 싶어 주저주저했는데 그래도 바쁜 근무시간 쪼개서 온 사람들인데 인사해야겠다 싶어 심각하지 않은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차장이 한 마디 하더군요.


"너 밀린 일 어떻게 할래? 네가 입원해서 일 못 하는 바람에 내가 죽을 맛이다. 빨리 복귀해서 마무리해라.”


전 솔직히 저 말 듣는데 제 귀를 의심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픈 사람 앞에 두고 할 소리는 아니라 어이도 없고 대꾸도 하기 싫고 그래서 가만히 있으니 팀장도 비슷한 말을 한 번 더 하더라고요.

더 이상 듣고 있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대충 알겠다고 하고 돌려보냈는데 정말 너무 화가 났고 아픈 상황에서 저런 말을 들어야 하는 나 자신이 불쌍했었습니다.

주사 놓으러 온 간호사도 아픈 사람한테 와서 할 얘기가 아니라며 갸우뚱거리고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으셨던 어머니도 별 거지 같은 회사라고 당장 그만두라고 난리 치셨으니 어느 정도였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입원한 지 보름쯤 지나니까 이제는 팀장, 차장보다 더 높으신 이사가 전화해서 빨리 나와서 일하라고 쪼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병도 다 안 나은 사람한테 왜 자꾸 나오라고 하는지 이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면 어떻게 일을 시켰길래 사람이 저렇게까지 되었냐는 책임을 물을 거 같으니 얼른 자리에 앉혀놓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이사, 팀장, 차장의 빨리 출근하라는 성화에 시달리다 결국 완전히 회복도 안 되고 겨우 걸어 다닐 정도 되었을 때 다시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회사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제 몸을 버려가면서까지 그렇게 열심히 다녔나 싶은 게 제가 미쳤었던 게 분명한 것 같네요.

만약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회사에 분명하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할 것이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저에게는 회사생활이 너무 중요했었기에 조직을 위해 내가 양보해야 하고 항상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있어야 회사생활이라는 것도 할 수 있는 것이고 굳이 그 회사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내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그때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나를 희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있음으로 회사라는 조직에 속할 수 있는 것이지 회사를 다녀야만 내 존재가 인정받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그렇게 나를 희생하면서 다닌 회사와 그 사람들이 나한테 한 행태를 생각해보면 좀 더 빨리 연을 끊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곤 합니다.



#회사생활#스트레스#입원#양보#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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