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에 계속 있다가는 사람 취급 못 받고 이용만 당하다가 버티면 다행이고 버텼다 하더라도 팀장과 같이 사람을 이용하면서 살 거 같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회사가 돈은 많아서 전 회사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사업을 실제로 개발하고 진행해보는 것을 위로로 삼고 있었지만 윗사람들의 사내정치, 자리다툼으로 계획했었던 사업들이 계속 실패하다 보니 회사에 남아있어야 하나 다른 곳을 가야 하나 고민되기 시작했죠
이미 두 번의 이직을 했기 때문에 이직을 한다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물론 나중에 몇 번을 더 옮겼지만) 이직을 하기 위한 두 가지 기준을 정했는데 첫 번째는 대기업일 것 그리고 두 번째로 하려고 하는 사업에 대한 경험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곳이 있으면 이직을 하고 아니면 남겠다 마음을 먹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다니던 회사와 이전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도움이 되어 제가 세웠던 두 가지 기준에 맞는 이직 자리는 찾게 되었습니다.
새로 들어간 회사는 정말 일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직이었는데 술 진탕 먹고 출근한 다음 날 해외현장에 일이 생겼다고 바로 출장 가라고 할 정도로 일을 시키는 조직이었습니다.
일을 많이 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비슷한 업무를 했던 경험도 있고 비슷한 나이 또래 팀원들과도 마음이 맞아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저보다 한 일주일 뒤에 부장 한 명이 입사하게 되었는데 이 양반이 공기업 출신으로 나름 이 분야에서 경험이 많다고 자부심이 넘치시던 사람이다 보니 자부심이 과해졌고 이 회사에 잇던 기존 팀원들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사업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런 식으로 팀원들을 대하다 보니 팀원들은 그 부장하고 일 같이 안 하려고 했고 마침내 팀 분위기마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사람 때문에 인사팀에서 조직 진단하고 워크숍까지 할 정도로 분위기가 망가졌고 결국 부장도 성과를 못 만들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는데 이 양반 하고는 나중에 다시 안 좋은 일을 겪게 됩니다.
그 얘기는 뒤에서 자세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제 얘기로 돌아와서 내가 있었던 팀은 정말 할 일도 많았고 사업 하나만 보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부분은 참 마음에 들었는데 그런 사람들 중에 유독 일에 열정이 넘치던 분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맡았던 일이 해외 파트너와 그 나라에서 사업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윗분들 관심이 많은 사업이라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해외 파트너의 콧대가 어마어마하게 높아 우리말을 참 안 듣고 본인들 하고 싶은 대로 해서 사업을 만들어 가기가 많이 힘들었었지요.
그나마 해당 지역에 지사장이 나가 있어 도움을 받고는 있었지만 지사장 입장에서는 그 사업 말고도 관리해야 하는 다른 사업도 많았기 때문에 그 사업만을 계속 챙길 수도 없었고요.
하지만 사업을 빨리 만들어 오라는 윗분들의 압박과 본인의 사명감으로 누군가가 한 명 길게 출장을 나와서 그 사업을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그 지역으로 한 번 출장을 가면 지사장이 붙잡아서 원래 출장기간보다 훨씬 길게 있어야 했고 그렇게 길어진 출장기간이 지난 뒤에 겨우 돌아가겠다고 하면 어디 벌써 돌아가냐고 쌍욕을 (문자 그대로 정말 쌍욕) 배부르게 먹곤 했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출장을 나와서 상대방과 협의한 결과가 별 로거나 일의 진행이 더디다 싶으면 또다시 쌍욕을 들어먹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리저리 욕을 먹으면서 사업을 만들고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출장을 대여섯 번 정도 갔을 때 맡았던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업이 잘 돼서 기분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더 이상 출장 안 가도 되고 덧붙여 그분에게 이 일로 욕먹을 일도 없는 것도 좋았습니다.
물론 욕을 먹을 당시에는 기분도 안 좋고 힘들게 출장 나온 사람한테 왜 저러나 불만도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 양반이 나한테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업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것 때문에 그랬구나 싶었죠.
그리고 본인이 나서야 할 때는 직접 나섰고 필요하면 상대방과 싸우기도 해서 일은 할 수 있게 해 줬기 때문에 그 덕분에 일이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나쁜 감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상대하기는 힘들었지만 참 기억이 많이 남는 분이시죠.
그리고 한 분 더 기억에 남는 분이 있는데 내가 있던 팀을 맡으셨던 상무님입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따로 면담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나한테 하신 말씀이
“누가 너 때문에 회사 나오기 싫다고만 안 하면 여기서 절반 이상 성공한 거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
라고 하셨습니다.
경력사원으로 입사해서 빨리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업무 외 다른 부분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저를 차분하게 만들어준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제가 그 회사에 있는 동안 일관되게 행동으로 보여주신,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시는 모습을 잘 나타내 주는 말씀인지라 아직까지 마음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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