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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생각 못 했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옮긴 회사라 마음가짐이 다르기도 했고 업무와 팀 사람들도 나하고 잘 맞아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내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안타깝지만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대기업이라는 부분이었는데 바로 관리부서의 간섭 또는 갑질(?)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에 비춰보면 기업이 조직이 커지는 이유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사업 부서가 많아지는 것도 있지만 지원 또는 관리라는 명목으로 사업 부서 외의 조직(편의상 지원부서라 부르죠.)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인 듯합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사업의 수도 다양해지고 사업의 내용도 복잡해지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사업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따라서 그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지겠죠.

따라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분야별로 사업의 내용을 검토하는 업무와 회사 전체의 성장 방향과 확장하고자 하는 사업의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고 조정하는 업무는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이러한 업무를 행하는 지원부서의 크기가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지원부서 업무 성격을 감안했을 때 지원부서와 사업부서가 수평적인 위치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일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직한 회사에서 사업부서가 만든 사업에 대한 제삼자 의견이 필요하여 사업 검토업무를 담당했을 때 그 당시 팀장님이 명확하게 팀원들에게 지시한 것은 사업부서가 만든 프로젝트에 추가로 필요한 검토사항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대안을 같이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지 사업의 진행을 결정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문제는 지원부서가 사업부서의 상위조직인 것처럼 행동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원부서가 사업 진행을 위해 본인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프로세스를 만든다거나 프로세스는 아니더라도 단지 지원부서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일을 꼬투리 잡아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만들거나 본인들에게 광나는 역할을 주기 전까지 일을 지연시키는 행동들이 그런 것들인 것 같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지원부서가 상위 조직이라고 한다면 사업에 대한 추진 여부는 지원부서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책임도 지원부서가 가져가야 하는데 그런 책임에서는 쏙 빠지는 것도 머리 아팠고요.

사업을 개발할 때 사업부서 의견은 듣지도 않고 자기들 입맛대로 실컷 참견하고 주물럭거리다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할 생각보다 어떻게든 사업부서에 책임을 물어 이제까지 뭐 했냐는 식으로 나올 때는 정말 그 입을 줘 패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한 번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로 재무 쪽 팀과 같이 은행과 협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재무팀에서 은행과의 계약서 내용이나 주요 조건들은 사업부서에서 결정을 해야 하니 본인은 은행과 자리만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은행과 계약서를 만들다가 잘 모르는 내용이 있어 재무 쪽 조언을 구하려고 해당 내용을 공유했더니 무슨 큰 일이나 난 것처럼 이런 계약조건이면 사업을 못 한다고 당장 대안을 찾아오라고 난리를 치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계약조건이 불리한지, 불리한 조건을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 물어봤더니 그런 건 사업부서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고 본인들은 된다, 안된다만 알려준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하아...


너무 열이 뻗혔지만 다시 한번 은행과 확인을 해보니 재무 쪽에서 난리를 쳤던 조항은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며 보여주었던 금액은 사업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차피 나중에 수정할 계획이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재무 쪽에서는 위에 쪼르르 보고해서 사업부서가 아무것도 몰라서 회사가 감당할 수도 없는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보고해버렸고 결론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로 한 달을 스트레스받고 피곤하게 지냈던,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 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사건들은 개인적인 똘아이 성향에서 나온 경우도 있었고 담당자의 태도 예를 들면, 이번 사업에서 담당자 본인이 돋보이려고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어서 담당자만 욕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알고 보니 그런 담당자들의 행동도 담당자 위에 계신, 높으신 분들의 생각이 알게 모르게 담당자들에게 전달되면서 결국 윗사람들의 태도, 입장에 따라 많이 바뀐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돈 벌어주는 일하는데 뭐가 이리 복잡한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술도 많이 마셨네요.



#회사생활#지원부서#갑질#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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