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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회사 생활

제가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한 회사는 공기업 스타일의 모회사를 두고 있는 회사였는데 높으신 모회사께서는 자회사에 대한 어마 무시한 권력과 입김을 갖고 있을 뿐만 자회사에 대해 갑 마인드도 빠방 하셨습니다.

그런 갑 마인드는 자회사 따위는 모회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실제로 모회사의 필요에 의해 자회사를 이리저리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죠.


자회사를 이용하시는 모회사께서는 본인들 필요에 따라 자회사로 사람들을 보내곤 했었는데 문제는 자회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자회사 사업의 성격과 특성을 무시하고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내려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자회사의 업무와 관련이 적거나 아예 관련이 없었던 일을 하시던 사람들이었는데 예를 들면 신발공장에서 인사 관리하던 사람에게 신발 원료 중 하나가 고무니까 고무에 대해 잘 알지 않느냐 그러니 자회사 가서 고무 원료를 수입하라는 수준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다가 모회사에서 오시는 분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무언가 사고를 치거나 회사에서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이 많다 보니 대부분 갑 마인드가 만렙이셨고 당연하게 자회사 사람들을 하대하고 무시하기 일쑤였죠.


그래서 연말연초에 있는 모회사의 인사 시즌이 될 때마다 모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넘어오시는 사람들의 자리를 만들어드리기 위해 이해하기 힘든 조직개편이 마구마구 일어났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많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첫 회사이면서 처음 사회생활이었던 터라 회사가 원래 그런 곳이라 생각하기도 했었고 그 안에서 적응도 잘해보려고 노력도 꽤나 했었고요.


운 좋게도 같은 사무실에 있던 선배들도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고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일도 빨리 배워 나름 그 회사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고, 자랑인 것 같지만 나름 일은 잘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신입사원이 사장님 직할 TF에 소속되어 사장님한테 직접 보고하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가 앞에서 얘기했던 모회사 인사시즌이 되면서 전에 계시던 사장님이 집으로 가시고 새로운 사장님이 오시면서 모회사 사람들 몇 명이 같이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신 분들 특징은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모회사 특유의 빵빵한 자존심과 자회사 사람에 대한 무시로 완전히 무장되어 계셨기 때문에 자회사에서 하는 일에 대한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네들이 하고 있었던 사업들은 다 이상한 쓰레기라는 인식으로 온갖 참견과 태클을 걸어서 몹시 머리 아픈 상황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일의 진행을 위해 검토는 해야 하지만 기획을 하는 단계에서는 디테일하게 챙길 필요가 없어서 개략적으로 검토하고 실행단계에서 자세히 챙기려고 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 중에 모회사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본인들이 알고 있는 부분과 연결시킬 수 있는 그 어떤 항목이나 절차라도 있으면 그 항목과 절차가 사업에서 얼마나 중요한데 너네들이 사업에 경험이 없다 보니 제대로 일을 챙기기 않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다는 식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이제까지 일했던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곤 했었습니다.


주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어도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설득을 하곤 했었습니다.

"당신이 발견한 부분은 충분히 이해했으니 일을 진행시킬 때 당신이 얘기한 내용과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라고 하면서요.

그럼에도 마치 본인이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것처럼 일의 진행을 막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바꿔버려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초보적인 문제도 알아차리지 못 한 너희들은 안 된다, 멀었다는 식으로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본인만 그렇게 대단해서 주변 사람을 무시하는, 높으시다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대학까지 나왔다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을까 궁금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본인이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나타내야 했을 것이고 그런 본인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남의 허물을 들춰내어 내가 다른 사람보다 일을 잘하니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다른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지금까지 회사생활과 경험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방법은 효과가 있다고 해도 아주 잠깐이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내다본다면 그 일로 상처 받은 사람들과 그런 일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본인만 잘 났고 본인을 위해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과 숨김없이 그리고 허물없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그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아마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실 겁 겁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여러 회사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제가 맞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볼 때 조금 더 생산적으로 다른 조직에 가서 잘 적응하는 방법은 새로운 조직에 있는 사람의 성과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인정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그런 과정에서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내가 잘 못 이해했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이렇게 글로는 쉽게 쓰지만 실천하기 무지무지 어려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성과를 인정하는 것이 내가 마치 그 사람보다 실력이 없거나 부족한 것처럼 인식될 수도 있기에 그런 인정도 하기 쉽지 않은데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시는 분은 주변에서 거의 못 본 거 같습니다.


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이런 방향과 방법이 어려워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결국 저 자신도 제가 그렇게 욕했던 사람들과 같아질 수밖에 없고 그 사람들과 같아지는 것은 정말 죽기보다 싫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노력한다는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저도 아직 많이 멀었네요.



#첫회사#회사생활#갑질#조직#적응#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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