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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다름 코치 Jul 19. 2024

내 기준이 틀릴 수 있습니다

“학교끝나고 돌아오면 숙제부터 하고 게임하라고 했지?”

 “김대리, 이런 건 신입이 당연히 해야지. 어떻게 사사건건 다 말해줘야 해?”

 “팀장님이 이 건은 당연히 해결하는거 아닌가요?” 

    

 모든 사람은 나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주 일어나는 상황을 살펴보면 나의 관점으로 대화를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사춘기 시기가 되면 부모와 대화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방문을 닫고 혼자 있고 싶어지는 시기가 사춘기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를 단절하는 상황은 사춘기라서 그런거라고 하긴에는 분명 부모와의 관계가 어떤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인생을 먼저 살아오며 본인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내 아이만큼은 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아이에게 조언을 할 때가 많죠.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마음보다 잔소리로 들릴 때가 많습니다.

부모의 말이 맞지만 아이의 관점이 아닌 부모의 관점에서 일방적인 기준을 말하고, 그렇게 하길 강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입사하는 순간부터 신입사원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저의 30대 후반 이직하며 낯선 사람과 환경,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에도 버거웠던 시기에 감정이 잔뜩 들어간 낮은 목소리로 전했던 선배의 충고가 생생히 떠오릅니다. 

‘신입이라면 미팅준비부터 끝나고 나면 뒷정리까지 눈치껏 알아서 해야지!’ 

우선 죄송하다고 말하며 다음부터는 반드시 제가 다 정리하겠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습니다. 하지만 뭔가 모를 억울함과 선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자리잡았고, 그 뒤로 선배와 소통을 자제하게 되니 업무적인 소통까지 불통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상사에게도 직원들이 생각하는 당연함은 존재합니다.

평소 일 잘 한다고 소문난 김팀장은 요즘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팀 실적달성을 위해 개인별 성과까지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기획한 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매일 야근까지 하며 일도 팀원과의 관계에서도 좋은 팀장이 되고 싶은 것이죠.

더구나 타 부서와 협업할 때에도 자신이 희생까지 하며 일을 더 맡게 될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김 팀장의 업무는 점점 과부하되며 번아웃을 겪게 됩니다.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특히 효율과 생산성, 그리고 빠른 성과에 더 집중된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단 조직 뿐 아니라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의식하지 못한 채 사람에 집중하기 보다 문제 해결과 결과에 급급한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개인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서로 다른 점에 대해 이해해보려는 과정이 생략된 체 각자만의 이렇게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정이 자리잡게 될 때가 많습니다.

 요즘 조직에서는 Z세대와 함께 일하려면‘ 4요 주의보’라는 표현을 기억해야 한다고 합니다. 4요는 신입 구성원들이 많이 하는 ‘이걸요?’, ‘제가요?’,‘왜요?’, ‘또요?’를 줄인 말입니다. 요즘 Gen-Z 구성원들을 만난 리더들이 만들어낸 말이지요.     


 리더가 지시하는 업무라면 군소리 없이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당연하지 않은 신입 사원들의 질문에 당황스럽고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리더의 목소리를 강의 현장에서도 자주 듣게 됩니다.

 또한 요즘 세대들과 소통해보기 위해 티타임이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려 해도 모두 약속있다며 피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는 리더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함께 저녁식사하며 팀원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좋은 시도지만 서운한 감정보다 우선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4요를 말하는 Z세대가 원하는 것은 커피나 맛있는 식사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직을 원합니다. 어쩌면 기성세대도 공정한 조직을 원했지만 과거부터 경험해온 관습과 암묵적 규정들에 따를 수 밖에 없었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죠. 내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기준을 적용하며 요즘 세대를 이기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전에 ‘왜 이런 모습들이 자주 나타날까?’, ‘어떻게 하면 이들과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이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반대로 조직구성원이 리더를 바라볼 때에도 자신의 기준에서 당연한 점들이 타인에게도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해온 것을 토대로 이해하고 나만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판단하게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지만 내가 쓰고 있는 나만의 프레임이라는 안경을 타인에게도 똑같이 씌우려는 생각이 수많은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 교수는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삶의 상황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지지만, 그 상황에 대한 프레임은 철저하게 우리 자신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더 나아가 최선의 프레임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인격성의 최후 보루이자 도덕적 의무이다.” 라고 강조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위해 해주는 말이라며, 팀원을 위해 내가 아끼는 마음으로 더 신경써서 해주는 조언이라며 하는 말이 상대에겐 오히려 불통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나보다 직급이 높고, 경험이 많은 상사는 당연히 모든 걸 잘 해야 한다는 기준 역시 상대도 공감할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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