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다. 먹는 걸 좋아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둥근 성격도 한몫했다. 최근에만 살이 찐 게 아닌데, 요즘 갑자기 신경이 쓰인다. 육안으로 보이는 문제보다 심리적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매일 밤마다 맛있는 음식에 술 한 잔 마시고, 주말마다 친구 가족들과 여행 다니며 폭식하고, 매일 아침 커피 두 잔을 마시고, 사무실에서 간식 챙겨 먹고, 8시간 꼬박 앉아있고.회사 생활도 17년 했겠다... 애들 키우는 것에 이제는 큰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겠다... 어느 순간 이렇게 먹고 마시며 즐기는 그 분위기와 온도에 작은 행복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목구멍까지 음식이 차오른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날은 아침에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점심을 조금 먹는 것으로 위에 있는 음식물을 소화시키자 싶었다. 딱히 소화는 안 됐지만 이 정도 굶었으면 됐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저녁은 또다시 맛있는 음식을 마구 집어먹는 무식함을 발휘했다. 그리고 여전히 다음날 아침, 기분 나쁜 소화불량감이 느껴졌다.
안되겠다! 어느 날 나는 지금의 삶이 잘못되고 있음을 감각했다. 이제 내 나이 마흔. 젊을 때처럼 하고 싶은 데로만 살고, 살고 싶은 데로만 고집했다가는 점점 무너져 가겠구나. 무너지는 외모와 몸매도 너무 보기 싫었지만 이런 묵직함을 안고 살았다가는 언제가 아픈몸이 되겠다 싶었다. 건강하게 늙는다는 건 책 속에서만 읽던 한 줄의 글이 아니라 내가 살아내야 하는 삶인 것이다. 나는 변하고 싶었다.
어제는 건강과 관련된 유튜브 강의 한 편을 들으며 내가 당장 실천해야 할 생활 습관에 대해 알아보았다. 새롭게 인식한 점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다이어트 방법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것에 집중해서 삶의 루틴을 바뀌야 한다는 점이다. 신진대사가 꽉 막혔는데 단지 적게 먹고 열심히 운동한들 살은 빠지지 않고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 같았고 강사에게 신뢰가 가면서 그의 해법대로 한 번 시작해 보자 싶었다.
강사가 소개해준 솔루션은 정말 너무 뻔한 것들이었는데, 나는 전혀 실천하고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습관을 바꾸는 첫 달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실천해 보자, 싶어 3가지 미션을 스스로에게 전달했다.
" 커피 끊기, 술 줄이기, 저녁 소식하기"
커피는 오늘부터 끊기 시작했고, 술은 이제 겨우 3일 안 마셨는데, 벌써 약간의 의욕이 떨어지고 즐거움이 사라졌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이 와버렸다. 이게 뭐라고. 너무 뻔한 방법이라고 우습게 치부했던 것들을 삶에서 끊어내고 나니 더 이상우습게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나 할 수 있을까. 11월에는 이것 외에 또 무슨 습관을 빼고 더해볼까.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나는 얼마나 소식할 수 있을까. 회식 자리에서 술을 조금만 마실 수 있을까. 나 스스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포기는 하지 말이야지' 싶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