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Jul 11. 2024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잘 살고 있다-유정은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과 함께 빌려왔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이런 걸 해도 될까, 하고 스스로 물을 때가 많은데 이 책의 제목이 그 답을 주는 느낌이었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은 작고 얇은 책이라 며칠을 들고 다니다 중반 이후는 한자리에서 읽었다.


작가로 오랫동안 살아온 어린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의 에세이였다. 글 쓰는 일은 특별히 출근해야 하는 게 아니어서 스스로 시간 계획을 잘 세우지 않으면 해야 할 일들을 미루게 되기 쉬울 것 같다. 특히 돌발 상황이 늘 발생하는 아이 키우는 엄마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엄마와의 애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3년의 시간. 그녀는 자신을 위해 아이와 잠시라도 떨어질 결심을 한다. 육아서적을 덮고 자신이 행복한 길을 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방치한 것도 아니다.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은 것이다. 아이의 웃음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여기고,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자녀의 사랑을 받아본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개인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걸 무조건 희생한다고 해서 가족이 행복할까?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화목하고, 교사가 즐거워야 학급이 평화롭듯 엄마의 자아실현은 가족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 교육에만 매몰되면 결국 떠나갈 자녀에게서 자신이 독립하지 못해 서로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나 배우자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기는 어른아이를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아이 키우는 시간이 너무나 긴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나고 보면 빈 둥지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게 된다. 그 시기를 미리 대비하고, 취미생활이나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던 이들은 자녀에 집착할 겨를이 없음은 물론이고, 자신의 일들을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할 것이다. 


저자의 어머니는 경제활동에 바빴고 몸이 계속 아프셔서 일찍 독립심을 발휘하며 자랐다고 한다. 세 자매가 서로 도와 가며 집안일을 하고, 자신의 일들을 스스로 결정해 살아왔던 덕분에 지금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아이들을 살갑게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좋은 학교에 가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가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된다. 오랜만에 온 막내와 휴가인 둘째, 그리고 소방관 시험을 준비하는 첫째가 같이 내가 늘 다니던 집 앞 스터디카페에 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었던 나의 열매가 이제야 결실을 맺는 느낌이랄까? 토익 시험, 자격증 시험 등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이들을 한없이 응원하며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지금은 40대 중반이 되어 갈 저자는 여전히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겠지? 글을 마무리하고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퇴고한다는 저자의 일상. 나와 닮아 있다. 아니 나보다 훨씬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 나도 혼자 책 읽고 글 쓰는 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나만을 위한다는 약간의 죄책감을 지닌다. 앞으로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죄책감마저 조금은 내려놓아야겠다. 아이들은 잘 살고 있고, 나도 그렇다. 


--- 본문 ---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행위를 오십 대에 시작해도 늦지 않는 장수 시대, 하는 일을 좋아하건 좋아하는 일을 하건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게 ‘일’이니 ‘일의 의미’에 대해 차 한 잔 앞에 두고 차분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떤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면 한눈팔지 않기로 결심하기에도 지금이 딱 좋은 시기니까. (27쪽)


-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것들. 지나고 나야 알게 되는 것들. 그런 게 있다. 그런 것들을 알아 가는 오늘의 내 나이가 좋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젊을 수 있다. 우리가 마음먹는다면, 싱긋 웃고 생생하게 걸어 나간다면,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무조건 ‘할까’의 편에 서자. 오늘이 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젊은 날임을 기억하며. (53쪽)


- 육아지침서를 덮었다. 사람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내 아이는 지침서대로 되지 않는다고 안달복달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 ‘좋은 엄마’로 불리는 친구와 거리를 두었다. 친구와 비교하며 느꼈던,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다는 자책감도 버렸다. 20킬로그램이나 늘어난 몸무게를 줄이고, 다시 강의를 시작하고,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모임에 나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혼자 육아를 하는 날이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치호 또래 엄마들에게 다가갔다. 육아하면서 외로움에 지쳐 있던 그녀들을 불러 모아 커다란 그릇에 밥을 비벼 먹으며 공동 육아를 했다.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배를 가리는 커다란 박스티를 버리고 몸에 붙는 치마를 샀다. 나는 점점 행복해졌다. (100쪽)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 만세>> 용기 있게 쓰기 - 정용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