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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Nov 04. 2024

포에니스와 함께한 가을 음악회

매년 참가하는 연주회가 있다. 몇 년 전 함께 거리연주를 재미나게 했던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 자매의 제자 연주회이다. 올해가 세 번째 참가인 이번에는 프랑크 소나타를 하기로 했다. 세 시 반에 리허설이고, 여섯 시가 공연이어서 두 시 반과 네 시 반에 한 시간씩 위층의 작은 연습실을 빌려 두었다. 


프랑크 소나타는 속도 변화가 많아 피아노와 미리 맞춰봐야 할 것 같아서 반주자님께 급히 연락드렸더니 토요일 밤에 시간이 된다고 하셨다. (원래는 MR을 틀고 할까 했었는데 피아노 부전공 교수님이 소나타를 음원에 맞춰서 하는 경우는 못 봤다고 하셔서 급히 연락한 것이다.) 반주자님을 만나 연습을 시작하면서 피아노가 너무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내악 시간에 피아노 친구와 맞출 때도 어려워했는데 반주를 늘 하는 선생님께도 쉬운 곡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시간이 많았는데 미리 맞춰보지 못한 걸 후회하며, 그래도 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맞춰 보았다. 


주일 예배 후 햄버거를 먹으며 바로 공연장으로 갔다. 연습실에서 손을 풀고 리허설 때 다시 맞춰 보니 전날보다 훨씬 잘 맞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공연 때 맞든 안 맞든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매년 함께 참가하시는 바이올린 동아리 분도 리허설에 오셔서 영상을 찍어드리고 같이 연습실에서 몇 번 더 연습을 하고 내려와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건물 안에서는 취식이 금지되어 있어 건물 밖 화단에 앉아 먹었다. 소풍 온 것 같았다. 


시간이 되어 중간 순서인 나는 대기실로, 뒷부분인 동아리 분은 관객석으로 갔다. 내 차례가 되어 가자 떨리지는 않는데 손에서 땀이 났다. 무대에서 보니 넓지 않은 객석이 자녀를 응원하기 위해 오신 부모님으로 가득했다. 연주 전 줄을 맞춘다는 걸 깜박해서 연주를 시작하며 혼자 ‘아!’ 하고 조그맣게 소리를 내고(아니면 입만 벌리고) 바로 연주를 했다. 귀에 머리를 꽂을 걸, 옆머리가 흘러내려 계속 얼굴을 가리는 바람에 신경이 쓰였다. 관객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에 몸을 맡기시는 게 느껴져 덩달아 신이 났다. 박수도 크게 쳐 주셨다. 이 맛에 연주를 하는 거구나, 싶었다. 영상을 보니 연습 때보다 빠르게 연주했다.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연주를 마쳤으나 마지막 중요한 음의 음정이 아주 조금 낮았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 그래도 전보다는 덜 틀렸다. 쉽지 않은 곡을 무난히 해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짐을 정리해 관객석에 가서 마음 편히 관람했다. 내 또래로 보이는 두 분의 첼로 연주자 덕분에 왠지 힘이 났다. (내년에 또 만나자고 했다.) 아이들의 연주는 귀엽고 대견했다. 부모님들은 얼마나 뿌듯했을까? 동아리 분 영상도 찍고, 마지막 포에니스 앙상블(자매가 속한 연주팀)의 멋진 게임음악 메들리 연주도 감상했다.


집에 돌아오니 신경을 많이 썼는지 근육이 뻐근했다. 콘서바토리 과제를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월요일은 연구년 세미나로 멀리 다녀오고, 화요일은 오케스트라 연습, 그리고 수요일에는 대망의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있다. 목요일은 콘서바토리 수업이라 피아노 연습도 해야 한다. 공연과 일정으로 연일 바쁘게 지낸다. 성장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즐겁게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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