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망의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이번이 네 번째 연주이다. 베토벤 7번을 하기로 결정한 후 오랫동안 연습을 해 왔다. 1학기 동안에는 거의 베토벤만 연습했고, 1학기 말부터 2부 애니메이션과 영화음악 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베토벤이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였기 때문에 2부는 쉬운 곡으로 택한다고 한 건데 편곡된 곡을 보니 만만치 않았다. 10월 한 달 동안은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모여 세 시간씩 연습했다.
이번 공연은 연주회장 측과 소통하며 준비하는 역할을 내가 맡는 바람에 바쁘기도 했다. 스텝 회의를 하고, 결과를 선생님들께 안내했다. 부족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연주회 날은 일찍 도착해 대기실 앞 안내판을 부착하고, 로비 티켓을 점검했다. 무대 세팅까지 점검하고 리허설을 했다. 단체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한 후 대기실 한쪽에서 개인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우리는 6시 20분까지 무대에서 연습도 하고 대기실에서 담소도 나누며 흥분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연주회의 막이 올랐다.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놓는 시간이다. 지휘자님의 팔을 보며 매 순간 집중하는 40여 분의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후련한 마음과 함께 2부를 기다리며 또 웃음꽃을 피웠다. 1~3악장은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 잘했다 싶은데 4악장 말미에 살짝 어긋난 부분이 있어 화제가 되었다. 그래도 마지막을 잘 끝내 다행이라 여겼다. 2부는 관악기가 활약하는 무대여서 부담이 적었다. 개인적으로 솔로 파트 두 곡은 조금 걱정되었다. 무사히 두 곡을 마친 후부터는 마음이 아주 편했다. 마음껏 연주를 마친 후 악기를 싸고 바로 의자와 보면대를 정리했다. 카드키를 모아 돌려드리고, 영상과 음원이 담긴 usb를 받았다. 로비로 나가니 아들이 꽃다발을 든 여자친구와 같이 와 있었다.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남편은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오랜만에 빠졌다.
로비와 무대 뒤에서 문을 열고 닫아 준 중학생 친구들을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준 후 뒤풀이 장소로 향했다. 우리는 사이다와 치킨을 먹으며 온갖 이야기를 다 했다. 해가 갈수록 조금씩 나아진다는 자찬을 하며 긴장되기도 했던 시간을 마무리했다. 12시가 넘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 후 헤어졌다. 이제 내년에는 어떤 곡으로 연주할지가 최고의 관심사이다. 에듀 오케스트라이니 교과서에 나오는 곡들로 구성하고, 아이들을 위한 해설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튜바 파트 선생님을 위해 거슈윈 같은 현대곡을 하자는 분도 계셨다. 단원 개개인이 점점 성장하기를 응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지휘자님과 단장님을 비롯해 연주회를 위해 음지와 양지에서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