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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Nov 18. 2024

바이올린 워킹맘

4년 전인가? 바이올린 하는 약사님을 처음 만났다.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하고 지금도 여전히 즐겁게 하고 계신다. 봄에 학원 연주회에 왔었다가 청주를 여행했고 이번 연주회에도 들렀다가 공주 제민천을 잠깐 걷기로 했다. 게다가 블로그에서 알게 된 내 책을 읽은 독자 분을 같이 만날 기회가 생겼다. 아드님과 함께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계시는 분이다. 내 책을 발견하고 반가우셨을 거라 짐작이 된다. 우리 바이올린 사랑 단체 대화방에 약사님이 초대하신 것이다. 같은 곳에 사시니 알고 지내시면 좋을 것 같아 말씀드렸는데 어느새 블로그로 서로 소통하고 계셨다. 독자님은 얼마 전 박사학위를 받으신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이시다. 이분을 만나는 것도 설레었다.


학원으로 가기 전 근처 꽃집에 들러 작은 꽃다발을 샀다. 먼저 도착하신 독자님과 카페에서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핸드크림과 감동적인 편지를 주셔서 놀랐다. 뭔가 준비했어야 했는데 너무 죄송했다. 책에 응원의 문구를 적어 드리고 우리의 신기한 만남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바이올린과 태권도(1단 승단 심사를 앞두고 계신다)에 대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미있게 이야기한 후 학원으로 올라갔다. 적재적소에 조명과 그림이 곁들여진 정갈하고도 세련된 공간이었다. 성인 분들, 연세 있어 보이는 분도 계셨다. 열정적으로 끝까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옆에서 반주를 해 주시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음색이 아름다웠다. 드디어 약사님 차례가 되었다. 전보다 훨씬 향상된 기량으로 겹음이 어려운 바흐 파르티타 3번 가보트와 바람이 머무는 날을 멋지게 연주하셔서 놀랐다. 


축하를 하고 사진을 찍은 후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으로 갔다. 약사님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셨다. 나도 뭔가 준비했어야 했는데... 음식 맛도 좋았고 함께 나누는 바이올린 이야기에 배가 불렀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이올린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워킹맘의 일상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아 근처 카페로 갔다. 뱅쇼를 먹으며 남은 이야기들을 했다. 오케스트라 같이 하자는 이야기, 바이올린과 장비 이야기, 약사 이야기... 밤새 나누어도 모자랄 이야기들을 끊고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 봄에 만나기로 했다. 큰 자극이 되었던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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