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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Nov 20. 2024

공주 나들이 - 밤라떼 매일 먹고 싶다

공주 나들이 - 밤라떼 매일 먹고 싶다

오래전 혼자 당일치기로 갔던 공주에 다녀왔다.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있던 예쁜 구옥과 거리들을 다시 보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때는 제대로 보지 못한 제민천을 걷고 싶었다. 금강을 지나 제민천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도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천이 흐른다니, 공주가 부럽다. 주변을 따라 걷다가 눈이 부셔 반대쪽으로 건너가 다시 해를 등지고 걸었다. 미리 공부를 좀 하고 왔어야 했는데.. 검색해 보니 저번에 검색했던 공산성이 바로 옆에 있었고, 그 앞에 밤을 주제로 한 카페들이 있었다. 바로 카페로 가려고 하다가 공산성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정시마다 해설사가 있다고 했는데 이미 25분 정도 지난 시간이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표를 사서 들어갔다. 성벽 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 성벽을 따라 걸었다. 고소공포증세가 조금 있는 나는 다리가 흔들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금강의 아름다움에 취해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해설사와 함께 들어온 분들이었다. 내려가 합류하기로 했다. 처음 생긴 다리와 성벽을 따라 꽂힌 깃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현무를 뜻하는 이 깃발을 보면 북쪽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똑같아 보이던 깃발에 의미가 있었음을 알았다. 금강이 전라도에서 온 물이 흐르는 곳이라는 걸 알았다. 해설사님과 인사하는 걸 보며 나도 헤어져 다시 입구로 나왔다. 밤으로 만든 후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명장이 만든다는 곳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빵냄새가 콧속으로 행복하게 들어왔다. 안에서는 연신 빵을 굽고 있었다. 밤라떼 파이를 사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공산성이 보이는 예쁜 공간이었다. 밤라떼를 한입 맛보고 깜짝 놀랐다. 어렵게 밤을 까 그릇에 담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맛이었다. 또 먹고 싶으면 어쩌지? 


책을 한참 읽다가 밖으로 나왔다. 제민천을 따라 걷다가 전에 가보지 못한 가가서점에 들어갔으나 다른 분들이 계셔서 바로 나왔다. 나오다 보니 입장료가 있다는 걸 알았다. 돈을 내고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가방에 책 두 권이 있었고, 안에서 한분이 기침을 계속하셔서 그냥 나왔다. 하숙마을을 지나 여행자 쉼터에 앉아 졸면서 책을 읽으며 피로를 풀고 나와 어디선가 본 듯한 카페에 들어갔다. 구옥을 개조한 오래된 찻집이었다. 밀크티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무겁게 들고 다니던 스케치북을 꺼내 옆에 있던 장식품과 경대를 그렸다. 행복이 스미는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많은 걸 하지는 못했지만 하나는 깨달았다. 공주에 다시 가야 한다는 것. 밤라떼를 먹고 싶으면 어쩌지? 다음에는 좀 길게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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