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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May 25. 2024

신비한 바닷길 보령

넋을 잃게 만드는 노을

나이가 들면서 온 가족이 모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스케줄 근무를 하고 있다 보니 명절에도 부모님을 찾아가는 건 하늘에 별따기였다. 어린 마음에는 집도 멀다 보니 오히려 연휴에 일하는 걸 좋아하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가족이 있을 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할머니와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와 나 3대가 모였다. 3대가 같이 여행을 가는 건 코로나 이후로 처음이었다. 할머니는 바다를 10년 만에 본다고, 바다를 눈에 천천히 담고 계셨다.

바다를 보면서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나이를 불문하고 소녀감성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정말 어려운 형편에서 3남매를 기르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삼 형제를 악착같이 키워내셨고, 할머니의 사랑으로 인해 삼 형제 어느덧 모두 50대를 넘어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오로지 사랑 하나로 자식을 키우시느냐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할머니를 보면서, 만일 할머니의 상황이었다면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을까?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아직은 누군가를 생각하고 희생할 만큼의 사랑이 내겐 아직 없나 보다.

노을이 참 이쁘다.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는 풍경.

좋은 풍경을 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이쁜 자연경관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홀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중년부부가 노을을 함께 보고 있었다. 나이가 드니까, 평생 함께 할 사람과 함께 남은 생을 동거동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끝에 몰려오는 공허함을 이젠 채우고 싶은데 누군가를 만나는 게 쉽지가 않다. 조급해하지 않으면 언젠가 나타나겠지?!

금강산도 식후경!

바닷가에 왔으니 맛있는 꽃게탕을 먹었다. 정말 맛있어서 행복했다. 음식으로 여행지를 기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물이 끝장났다. 관광지 식당은 값만 비싸고 맛없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여기는 찐이었다.

바다는 아침에도, 저녁에도 너무 아름답다.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아무 생각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는 생각도 깊고, 굳이 신경 안 써도 되는 부분에 집중하느냐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 하늘 볼 여유도 없어서 현실자각타임도 많이 하는 편이다. 복잡한 생각을 사라지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바다야.

여행을 하면서 좋은 점은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하루종일 행복을 남발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여행하는 이유다.

여행과 장소의 변화는
우리 마음에 활력을 선사한다.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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