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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바다를 항해

by 한 율
사진: 한 율(Coreart)


글의 마지막 종착지, 바다


'멈춘 시작'으로 시작해서 바다로 끝을 맺는 글. 글의 서두를 떼는 것만큼 글을 마무리 짓는 것도 쉽지 않다. 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난 글을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할지도 수차례 고심하였다. 기나긴 고심 끝에 국 이번 글로 끝을 맺어보려 한다. 글의 처음과 마찬가지로 글의 마지막도 바다와 함께한다.


사진: 한 율(Coreart)


내게 바다란


내게 바다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주었던 장소이기에 의미가 크다. 바다는 파도 속에 답을 건네주었고, 그 답은 대부분 내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답을 찾고자, 바닷가 풍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고민의 답을 구함과 동시에 '풍경에 담긴 문장들' 연재의 단초를 마련하였다. 실마리를 얻자, 마음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진: 한 율(Coreart)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빛


'한 줄기 빛과 같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풍경. 인적이 드문 한산한 바닷가. 갯벌 한가운데 있는 바위에 내리쬐는 햇살. 절로 경건해지는 풍경.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풍경을 볼 당시에는 뭔가 엄청난 일이 펼쳐질 것만 같았는데, 아무 일도 없어 실망했었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풍경은 글을 연재하게 된 터닝포인트였다.


사진: 한 율(Coreart)


멈춘 배들


바닥을 드러낸 썰물 시간대의 바닷가. 갯벌에 정박한 작은 어선들. 갯벌 군데군데 패인 구덩이가 달의 크레이터를 연상하게 한다. 이굽이 이어지는 갯벌의 골짜기 사이로 바닷물이 시냇물처럼 졸졸 흐른다.


사진: 한 율(Coreart)

멈춘 시작


모든 것이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황량한 갯벌 안에서 시작한 글. 작은 배 한 척이 갯벌 한가운데 덩그러니 정박해 있는 풍경을 마주하였다. 그런데 정적인 풍경 안에서 이상하게 배가 움직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글의 첫 제목을 '멈춘 시작'으로 지었다.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사진: 한 율(Coreart)


일시정지


갯벌에 멈춰있는 배들을 보고, '일시정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빠지는 썰물 시간에 잠시 멈춰 서있는 배들. 밀물 시간이 되고, 물이 차오르면 배는 다시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과정에 중간중간 잠시 멈추는 순간은 있어도 영원한 멈춤은 없다고 생각하다.


사진: 한 율(Coreart)


돌 위에 작은 물 웅덩이


돌 위에 고인 물. 물 웅덩이 위에 비친 햇살이 반짝거린다. 거창한 의미나 의도를 담은 사진은 아니다. 작은 물 웅덩이를 보자, 직관적으로 이를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그렇게 사진으로 담은 풍경을 소개한다. 고운 모래와 큼지막한 바위, 갯벌이 한데 이루는 조화가 마음에 든다.


사진: 한 율(Coreart)


밀물 시간대 바닷가 풍경


바닥을 드러낸 바닷가도 시간이 흘러 썰물 때가 되면 점차 물이 차오른다. 바닷물은 생각보다 빠르게 차오르고, 이내 눈앞에는 파도가 넘실거린다.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는 갯벌이었을 때의 모습을 지운다. 휑한 구덩이를 드러냈던 바닷가는 찰랑거리는 파도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사진: 한 율(Coreart)


동화 속 풍경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 떠다니는 뭉게구름 사이로 점차 스미는 노을빛. 옅게 벤 주홍빛 노을은 동화와도 같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억새들. 돌로 쌓은 작은 부둣가 뒤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인천대교가 놓여 있다. 림 같은 풍경을 천천히 음미한다. 바람결에 스치는 바다내음이 코끝이 맴돈다.


사진: 한 율(Coreart)


바닷가에 드리우는 저녁노을


일몰 시간이 다가오자, 주변의 풍경은 주홍빛으로 물든다. 황금빛으로 변하는 하늘과 바다. 태양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해질녘 짧은 시간. 땅거미가 드리우자, 태양 이외의 사물들은 모두 그림자처럼 어둡게 변한다. 타들어가는 노을을 보며 검은 눈동자 안에도 불그스름한 태양이 맺힌다.


사진: 한 율(Coreart)


풍경에 담긴 문장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각양각색의 풍경들. 쉽게 지나치고, 흘려보냈던 풍경들도 때로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순간들을 담아 문장으로 엮어보았다. 약 7개월 정도 연재한 '풍경에 담긴 문장들'. 상투적일 수 있지만, 다시 돌아보면 길고도 짧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이번 글로 풍경에 담긴 문장들의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저마다 마주하는 풍경들 속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소망하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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