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한 삶의 단편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내게 사진이란, '견문'이다. 직접 찍은 사진들로 글을 쓰다 보니, 사진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도 억새밭에서의 경험으로 글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억새밭 안에서 발걸음을 옮기던 날. 늦가을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던 억새들. 햇빛이 비추자, 투명하게 보이던 억새.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억새를 보며, 문득 '갈대와도 같은 마음'이 떠올랐다.
억새처럼 자주 흔들리는 감정들. 우리의 삶도 때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기 마련이다. 고민이 많아질수록 머릿속은 혼탁해지기 쉽다. 그런데 그러한 고민의 답은 생각보다 단순한 경우가 많았다. 마치 햇빛에 비친 투명한 억새처럼 말이다.
연못가를 헤엄 치는 비단잉어들. 탁한 수색의 작은 연못가를 누비는 형형색색의 잉어들. 잉어를 보기 전까지는 연못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물속을 가로지으는 다채로운 잉어들을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탁한 연못가를 환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각자가 가진 빛깔을 잃지 않고 나아간다면 화사하게 빛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짙은 먹구름 사이에 가려진 노을. 요 근래 자주 내리던 비. 굵은 빗줄기가 잦아들고, 먹구름 사이로 주홍빛 노을이 스며들었다.
구름들 사이에 가려 태양은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 풍경도 그림자가 져서 노을빛이 부각되었다. 흐린 날씨에 바라본 일몰이 주는 여운을 다시 되새김질해 본다.
땅거미가 지고 난 뒤 서서히 떠오르는 달. 초승달이 가로등에 걸린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해가 진 뒤, 남은 여명은 달과 같은 빛깔로 지평선에 머물렀다.
비가 오던 날, 우산을 쓰고 걷다가 마주한 움푹 파인 구덩이. 구덩이를 밟자, 빗물이 바지에 튀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길가에 패인 구덩이로 향했다.
바지와 다리에 튀긴 빗물을 닦으며 유쾌한 기분이 들진 않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현무암을 닮았네'라는 생각이 파고 머릿속으로 들었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도시에서 자라는 식물들. 담쟁이넝쿨부터 국화를 닮은 과꽃까지. 무채색 풍경 안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을 사진으로 조망하였다. '식물들도 도시의 분위기에 동화되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담은 풍경들.
오래된 주택가 앞을 지나가다 마주한 투박한 층계. 상어 이빨을 닮은 계단들이 교차하는 풍경. 초록빛 식물들이 난간 사이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옛날 홍콩 영화에서 나올법한 풍경. 그러한 풍경에 눈길이 갔다. 그래서 이를 사진으로 담은 뒤, 편집하여 노래의 앨범 커버로 사용하였다. 예스럽고 정적인 풍경이지만, 에피소드가 담겨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에 마주했던 풍경은 노래를 담았다. 노래와 사진은 '삶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서로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담은 글 또한 마찬가지이다. 글을 쓰는 이유도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