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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소혜 Apr 09. 2023

목련이 지고 나니 더 그립다

목련이 졌다. 활짝 핀 목련꽃그늘을 지나며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것이 엊그제이다. 날아갈 듯하늘 향 꽃잎들은 엄마 있는 곳을 알려줄 것만 같다.

교실 창가 앞 목련이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봄에 떠난 엄마 모습이 아른거린다.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진 속 엄마는 야윈 얼굴이다. 그래도 틈틈이 꺼내 본다. 젊은 새엄마가 생기고 이복동생이 태어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엄마가 보고 싶다. 고모가 대부분의 엄마 사진을 정리했지만 내 손 안에는 박제된 새처럼 엄마 증명사진이 쥐어져 있다.


ㅡ 혜영아, 뭐 해?


현수가 엎드려 있는 뒷자리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쉬는 시간인데도 미동이 없는 내가 걱정됐는지 물끄러미 바라보다 화들짝 놀란다.


ㅡ 울고 있잖아!


엄마를 애써 잊고 지내다가 목련이 피어 있던 시기 내내 창가 자리에 앉으니 그리움이 병이 됐다. 틈만 나면 지갑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엄마사진을 보며 눈물짓는다. 손바닥을 오므려  몰래 보다 현수에게 켰다. 현수는 유일하게 내 가정사를 안다. 어깨를 다독여주더니 아무 말 없이 도로 앞을 보고 앉았다. 내가 엄마를 만나는 그 시간을 지켜주느라 주변 시끄럽게 하던 친구들을 데리고 교실을 빠져나가 줬다.


현수는 새엄마랑 어린 동생이 있는 우리 집에 다녀간 적이 있다. 유난히 젊은 엄마를 보고 눈치챘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나도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지만 꼬치꼬치 묻지 않는 게 고마웠다. 누군가에게만은 진짜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것, 적응 못하고 기숙사 있는 학교로 떠난 오빠의 방황도 알리고 싶었다. 별 일 없이 가정이란 것이 가게 운영처럼 지속되고 있었다.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는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목련이 졌다. 엄마가 계신 하늘 저편에 봄이 지속되면 그곳의 목련은 한 때만이 아닌 조금 더 오래 피어있겠지. 살아가느라 잊고 지내다가 불현듯 떠오르 사진 속 엄마를 또 찾을 것 같다. 


그리움이 목련꽃으로 피어났다 지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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