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소혜 Feb 25. 2023

냉철한 관찰자, 고3 담임

거꾸로 읽는 대학 입시 이야기


-지금 쓴 곳이 하나도 안될 수도 있어요. 안정권이라 해도 서류나 면접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어요.


상훈맘은 수시 원서 6장의 향배를 담임 선생님과 조율하면서 풀이 죽었다. 학교와 과를 결정하는 입시 상담날은 8월 말임에도 겨울 날씨처럼 을씨년스러웠다.



담임은 그 어떤 긍정의 말도 안 했다. 혹시나 모를 기대감이 실망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말씀을 아꼈다.


-한 학생이 6장씩 쓰니까 중복지원이 있을 테고, 한 개쯤은 원하는 곳을 써도 되지 않을까요?


넌지시 상향 지원해 상훈이가 가고 싶은 학교, 원하는 과를 언급했지만 담임 선생님은 3년간의 입시 결과 데이터를 보여 주며 쉽지 않은 도전임을 확인시켜 줬다.


-어머니! 한 곳도  합격 가능성 따져 보고 써야 해요.


입시 결과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 합격할 수도 있는 최고의 상황과 다 떨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존재한다. 수시의 경우 1차 서류통과부터 해야 하는데 1차 합격여부에 따라  자기 자신과의 심리전 치러야 한다.


"1차가 됐으니 2차도 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다가도 "1차는 됐지만 2차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합격 발표가 나는 그 순간까지 계속된다.


그런데 최종 발표가 나는 중간에 수능 시험도 있기 때문에 보험처럼 수능 시험까지 봐야 되지 않을까 더더욱 고민한다. 그즈음에 논술 시험도 있으니 입시를 치르는 고3은 수많은 경우의 수와 담임의 묘한 불안감 형성 발언을 곱씹어야 한다.


1. 면담을 가기 전 지원 학교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시간이 30분 이내다. 상훈맘 말고도 앞뒤로 다른 어머니들과의 면담을 했거나 예정되어 있다. 입시 결과 데이터는 직접 화면으로 검색해서 보여주는데, 상훈이 내신 정도로 여러 학교를 지원한 선배들의 합격, 불합격이 표시되어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상훈이가 지원하기로 한 학교의 합격 가능성을 따져 본다.


그 해 입시에서 다른 변수도 존재할 수 있어, 약간의 상향지원과 어느 정도의 하향 지원도 배치해야 한다. 내신대비 확실한 안정권 대학과 합격 가능성이 높은 전형을 선택해야 한다.


이 모든 곳이 면담 가기 전 그려져 있어야 한다. 이미 상훈이가 담임 선생님과 면담하면서 학교 리스트를 뽑아놓긴 했다. 하지만 이상적인 지원을 꿈꾸는 상훈이의 목록보다 현실적 지원을 확인하며 '합격'을 시켜야 하는 담임과 엄마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학교 밑그림을 그려 놓고 상훈이가 생기부를 채운 진로 및 전공 적합성 활동 등을 살핀다. 관련 혹은 유사한 학과의 입학 결과를 여쭤본다. 이것을 토대로 아이의 내신과 합격 가능성을 타진하는 대화 하다 보면 담 시간이 끝나 버린다.


2. 담임의 냉정한 현실기반 조언을 듣는다.


면담은 수시 원서 기간이 9월이기 때문에 여름방학이 끝나고 3학년 1학기 내신까지 완료된 시점에 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의 성적 상승곡선 혹은 하향 곡선이 어느 정도는 완성되어 있다. 눈앞에 보이는 상훈이의 전학기 등급 평균이 나와 있다. 소수점 뒷자리까지 정확히 나와 해당 등급의 초반, 중간. 끝인 줄 알 수 있다.


이 소수점 뒷자리가 의외로 중요하다. 극초반대이면 좀 더 지원가능한 학교가 많아진다. 반면 후반 대이면 아래 등급과 같은 컷으로 취급될 수 있다. 담임은 오로지 해당 학교의 합격 등급컷 자료를 가지고 훈이의 내신으로 지원 가능 여부를 조언해 준다.


지원 학과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유동성도 언급해 준다. 가령 작년에 경쟁률이 낮았으면 올해는 몰릴 가능성을 말하거나 덕후들이 지원하는 특정 분야는 크게 지원 인원이 경쟁률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고공행진 경쟁률이 형성된다고 했다.


절대 '이 정도면 괜찮아요.'라는 말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한다 해도 믿으면 안 된다. 상훈이 친구 중에 내신이 더 좋고 생기부가 잘 채워졌음에도 더 못하는 친구도 붙은 1차를 떨어진 친구있었다. 1차는 합격했는데 2차에서 면접을 망친 경우도 있다.


 내신 등급은 합격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원서 접수 후 철저한 맞춤형 시험준비가 중요하다.


원서 밑그림을 그릴 때,

(1) 지원 학교와 해당 학과를 꼼꼼히 알아보고 목록표를 만든다. 

(2) 선택한 학교를 작년 입시자료 합격 컷과 견줘 보고 구체적인 질문을 담임 선생님께 한다.

(3) 몇 년 치의 입시 데이터와 아이의 학교생활을  바탕으 한 담임 선생님의 답변을 듣는다.

(4) 아이와 상의해 최종 선택을 한다.


3. 담임만큼 아이를 잘 파악하는 사람은 없다.


- 상훈이는 여러 개를 동시에 잘 못 해요. 하나가 맡겨지면 꼼꼼하게 하지만 여러 과제가 있으면 한 두 가지 놓치는 게 있어요.


- 대학 가서 더 인정받을 거예요. 과제를 심도 있게 해 오니까 본인도 발전 가능성이 크고요.


- 수시, 논술, 수능을 다 한다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니에요. 좀 더 가능성이 있는 공부를 끌어올려야 해요.


면담을 하면서 담임 선생님이 바라보는 상훈이에 대해 많이 물었다. 수능 모의평가를 평소 내신 공부로 봤었는데 점수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원서 쓸 때 까지도 수능을 볼 생각으로 수능 최저를 맞춰야 하는 전형도 넣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과 면담 후 작전을 바꿨다.


실제 수능은 더 어렵게 출제될 수 있을뿐더러 상훈이는 2학년 2학기 겨울방학부터 내신공부와 수시 원서 넣을 대학의 심층 면접을 공부하고 있어, 수능 공부를 따로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공부의 시간 배분이 필요한 상황에서 골고루 나누다 보면 각각 분야의 절적 공부시간이 부족해진다. 결국 여러 기회를 잡으려는 욕심이 어느 것도 얻지 못하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하나만 올인하는 최종 선택이 굳건한 믿음만을 준 건 아니지만 그 불안감도 당연히 생길 수 있는 일부로 여기고 버티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년 공부의 총결산이 서울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