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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Jun 02. 2021

농산물 가격은 랜덤워크(ramdom walk)일까?

농산물 가격결정 구조와 가격 예측 모델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들

3월 내내 대파 MD, ㅎ프로는 업체 물량 제어 요청과 영업 부서 공급 재개 독촉 대응을 홀로 버텨내느라 넋이 나갔고, 메신저 상태는 한동안 "대화 거부"를 나타내는 빨간색 모드였다.


올해 겨울대파 주 산지, 전남 일대 연일 내린 폭설과 한파, 그리고 작년 가격 폭락 여파로 크게 줄어든 재배면적 탓에 우리 모두 전대미문의 금(金) 파를 경험했다. 


작년 여름 호박류부터 고랭지 배추까 이와 유사한 폭등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매번 화전민 무리가 작물 별로 옮겨가며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 유통업계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진상 파악에 나선다. 이 시기 언론 매체들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혹은 "서민 주머니만 힘들어진다"는 등 온갖 후킹 하는 기사 제목과 함께 표면적 현상을 다루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지, 사태 해결은 안중에도 없. 그나마 반가운 건, 그간 하늘이 주관하는 영역으로 치부해버린 농산물 가격결정 예측에 관해 최근 여러 흥미로운 시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농산 MD에게 농산물 가격 예측 관리는 필수 덕목이다. 필자도 매일 도매시장 경락가 확인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 혹은 마무리한다. 일별 추세선 외에도 산지 교체시기 전후로 전년 동기와 과거 3개년 흐름 등도 꼼꼼히 챙겨본다. 더 나아가 농업관측본부 공시 자료와 직접 업체와 통화하고 산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바닥 소식까지 체크한다면 가격 관리 부문에서 크게 실수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농산물 가격은 통제와 예측이 불가능한 랜덤워크(ramdom walk)로 간주되는 걸까?


시장 수요는 일정한 반면 공급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시기가 늘 문제다. 기본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량은 크게 재배면적과 면적 당 출하량(단수)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이들은 전년도 가격 및 주 산지별 기상여건에 의해 각각 영향을 받는다.


대규모 자본에 의한 자동화 시스템을 기초로 하는 농업 선진국과 달리, 국내 농업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소농 중심 체제이다. 중요한 건 대부분 비과세 해당하는 영세농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과세자료 통한 현황 파악조차도 불가능하다. 농가들도 자신의 땅에 특정 시기마다 파를 심을지 아님 시금치를 심을지에 관한 중대사를 시장 상황과 경험적 판단의존한다.


양파, 마늘, 고추, 무, 배추 등 주요 작물 시세 대부분은 격년 주기로 급등락을 반복한다. 전년도 가격에 따라 사실상 이듬해 재배면적이 결정되는 현상은 경제학 오래된 이론에도 소개될 만큼 후진적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아래 거미집 이론 그래프를 보면, 전년도 가격(Price) 하락은 다음 해 동일 작물, 작기(시기)에 대한 개별 농민들의 재배의향(Quantity) 감소로 이어지고, 출하물량 감소는 다시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거미집 이론(출처 : 네이버)

기상 여건도 또 다른 주요 인자다. "농산물 가격은 3일 뒤도 모른다"라표현이 관행적으로 쓰인다. 일찍이 올해도 작년과 같은 긴 장마와 이상기온 현상이 예상되면서 자시세 급등장이 예상되는 몇몇 농산물이 거론된다. 게다가 통제 불가능한 기상 상황은 변동폭을 크게 만든다.


국내에서 이를 통제하기 평상시 농협 주도로 산지 조직화, 계약재배 활성화 그리고 필요시에는 산지 폐기까지 여러 정책을 동원하고, 수시로 가가호호 농가들을 체크하고 출하량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100% 통제 관리가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문제에 관해 유통업계, 특히 대기업에서는 어떤 해답을 갖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타 구매 상품에 비해 그들의 영향력은 미비하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상인과 구매자 간 위탁받은 농산물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는 "깜깜이" 거래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대기업 혹은 공급 벤더 대부분은 도매시장 공급 수요 법칙에 따른 가격 결정 시스템에 의존한다. 물론 언론에서 소개하는 산지 직거래도 일부 시도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소위 밭떼기 수준에서 머무는 실정이다.


다시 대파로 돌아가 보자.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 원가만 고려하면 kg당 2천 원 정도만 되어도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한다. 연초 난리통에 경매가가 한때 Kg당 7천 원 넘게 형성되었지만,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달이 채  지난 지금 농가들은 다시 kg당 2천 원 밑으로 떨어질 것을 걱정한다. 결국 냉탕, 온탕을 넘나드는 가격 흐름 앞에서 산지와 유통 업계 모두 속수무책인 것이다.


아직까지 농산물 유통은 일 년 중 운 때가 맞는 한 두 달 바짝 버는 한철 장사이고, 온, 오프라인 유통기업 이러한 랜덤워크 패턴에 대해 그때그때 수동적으로 편승해왔다는 평가가 적당하겠다.

 

이커머스나 대형마트 채널은 대개 주 단위로, 대형 식자재(B2B) 채널은 2주 혹은 한 달 단위로 가격결정을 한다. 유통업계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시세 폭등기에 고스란히 판가로  전가할 수밖에 없었다.


팜에어한경 예측모델, 롯데마트 계약 체결(출처 : 한국경제신문)

최근 유통 대기업들이 앞다퉈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한 농산물 가격 예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소문을 듣자 하니,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프로그램을 구매한 목적이 모델 효용성보다 기업 홍보에 방점이 있어 보인. 그도 그럴 것이 1% 마진 확보에 사활을 거는 유통 업계에서, 머신러닝 모델 현 수준에서 제공하는 값의 예측 오차 범위 5 ~10%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갭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농산물 구매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 차체는 박수 칠 만한 일이다.


농산물 공급 부족과 과잉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해결은 이제 시급한 과제다. 연간 2조 넘게 농산물을 매입하는 유통 3사가 자체 저장, 가공 센터를 확보하고 가격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또한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봤을 때, 빅데이터, AI 기반 예측 모델과 같이 농산물 시장에서 DT 도입은 늘어날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도매시장 양떼기(Volume) 출하 물량 주를 이루고 있어, 그간의 랜덤워크 행보는 크게 바뀌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여러모로 지금 같은 갈지자걸음 폭은 점차 나아지 않을까? 기대감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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