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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Mar 31. 2021

샐러드는 주류 문화가 될 것인가?

샐러드 열풍에 대한 농산 현업 바이어의 생각

샐러드란? 양상추, 로메인 등 잎채소 베이스에 주로 단백질과 맛의 풍미를 더해주는 토핑과 소스를 결합한 메뉴이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부장님과 신입사원 누구나 할 것 없이 미리 주문한 샐러드를 찾기 위해 회사 중앙에 위치한 사내 카페라운지로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 샐러드 테이크 아웃 도입 초기만 해도 이용하는 사람은 고작 여직원 몇몇 정도였는데, 어느새 점심시간의 주류 문화가 되었다. 편한 동료와 대화를 나누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가볍게 식사를 즐긴다. 흔히들 생각하는 건강 및 편의성보다 샐러드 식사를 즐기는 이유는 실제로 다양하다. 답정너 상사를 위한 메뉴 고민에서부터 주문한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선배들과 괴로운 근황 토크를 피할 수 있는 점이 직장인에게 주는 확실한 메리트가 아닐까. 

3/24, 강원도청 인트라넷 게시된 한 도청 직원의 글

그간 고소득 직장인과 젊은 여성 중심으로 소비되던 채식 소비문화가 "샐러드"라는 독립적인 외식 장르 형태로 일반 고객 사이에서도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제는 편의점 및 대형마트 매대 Prime Zone과 쿠팡, 컬리 등 온라인 채널의 상위 매입 포지션의 샐러드 상품이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우리들은 아침대용식이나 프리미엄 김밥처럼 트렌드 중심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대중 관심 밖으로 사라진 추억의 외식 아이템을 기억할 것이다. 외식시장은 변덕스럽고 치열해왔다.


그렇다면 샐러드는 스타벅스 커피처럼 일상 메뉴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현재 B2B(기업 간 거래) 신선편이 구매 담당자로서, 필자가 본 현재 샐러드 시장은 PLC(Product Life Cycle, 제품 생명주기) 관점상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다. 구매 잠재력에 관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쌓여가고, 돈 냄새를 맡은 대기업 후발주자들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본격적인 수익 실현을 위한 적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형국이다. 그리고 향후 샐러드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다고 본다. 근거는 크게 (1) 시장 형성 (2) 공급망 구축 (3) 사회적 공감대 등 3가지 요소다.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겠다.


첫째, 시장 형성이다. 여러분 중에 "고작 풀때기가 얼마 하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슬프지만 당신은 이미 OB 세대다. 사실 필자도 그랬다. 얼마 전 시장조사 목적으로 찾은 판교 CBD(상업지구) 소재의 카페 마마스, 피그 인 더가든 등 샐러드 전문점에는 젊은 직장인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만원 이상대 메뉴 사이에서 한참 방황한 끝에 겨우 주문을 마쳤는데,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 듯 보였다. 연중 업계 매입가와 유통 방식을 참고해 아무리 계산해봐도,  외식시장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가 비중이 낮았다. 신선함을 무기로 한 고가 전략이 통한 것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전문점 입장에서 점심시간 메뉴로 한정된 샐러드의 특성과 모호하게 세팅된 메뉴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저가형 편의점용 샐러드는 연어나 아보카도 대신 베이컨과 닭가슴살 등을 토핑을 사용해 실용성을 갖췄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소는 바로 Meaning Out, 풀어서 말하면 소비 행위 자체가 자신을 표현하는 MZ세대에게 샐러드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토핑과 소스 맛을 통한 차별화가 가능하지만, 시장이 성숙해가면서, 결국 메뉴 자체 경쟁력과 스토리텔링 역할이 주요 경쟁력이 될 것이다. 샐러디라는 대표 프랜차이즈는 이미 가맹점 수가 80개를 초과했다. 소비자 이용 패턴도 점심 메뉴 외 아침식사 대용과 가벼운 저녁 식사로 확대될 조짐이 예상돼, 이제는 점차 계산이 서는 시장으로 변모해간다


둘째, 공급망 구축이다. 샐러드는 아삭한 맛의 양상추 외에도, 로메인, 라디치오, 치커리 및 적근대 등 색 구성이나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특수양채를 사용한다. 이러한 채소는 고기만큼 비싸고 수급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료 조달에서 가공 채소 시설까지 공급망 사이드는 덜 알려진 영역이다. 최근 편의점,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들까지 원물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이미 표준화된 가공 채소를 사용한다.  대기업 중에는 SPC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파리바게트, 피그 인 더 가든 등 자사 외식 채널 기반으로 자체 샐러드 생산시설까지 수직계열화까지 갖추면서 커피, 베이커리 다음의 성장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기세이다. 현재 수도권에는 크고 작은 가공 채소 업체들이 모여 있다. 이 곳에서 매일 대규모 원재료를 절단, 소독 및 포장하여 공급한다. 아직까지 일부 대기업 시설을 제외하고 대부분 인력 집약적인 구조와 체계화가 미흡한 수준이지만 불과 몇 년 전 비해 많이 좋아졌다.


카페 마마스 샐러드 키친 내부 모습_대용량 샐러드 믹스 상품을 사용하고 있다.(직접 촬영)

셋째, 사회적 공감대이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농산물 부가가치 상승은 농업 종사자들에게 오랜 숙원이다. 샐러드의 부상이 농업인에게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는 이유다. 여기에 식물공장 및 AI로 무장한 신생 푸디콘(푸드+유니콘) 출현은 그 변화의 추세에 생동감을 더한다.


정리하면, 샐러드 시장은 인구, 사회적 변화와 자본이 결합해 머지않아 주류 문화로 안착할 것으로 본다. 물론 선진국보다 낮은 국내 신선편이 위생관리 기준과 가맹점에 만연한 가공업체에 대한 무리한 반품 요구 및 클레임 등 후진적인 위험 요소는 서둘러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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