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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Apr 29. 2021

"농산물 유통"이 뛰기 시작한다

경제 저성장 시대의 농식품 마케팅 <양석준 저> 리뷰

예로부터 중농 경상(重農輕商) 전통을 중시 여긴 한반도에서 지난 몇 년간 되려 새로운 비즈니스 세력들 농산물 유통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존 식품 기업들도 과거 체면을 잊은 지는 오래다.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기존 산업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시도와 기업 간 전략적 합종연횡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무엇이 잠잠하던 시장을 뜨겁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출처 : 사내 도서관

필자는 업계 종사자로서 일련의 변화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답답한 마음이 앞서지만 산발적인 뉴스 기사와 그동안 쌓은 업무 감(感)만 붙잡고는  흐름의 폭과 속도를 읽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경제 저성장 시대의 농식품 마케팅' <양석준 저> 책을 통해 나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았고 이번 브런치 글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책의 구성은 크게 사회적 변화(원인) → 유통채널별 특성(현상) → 대응방안(결론) 흐름으로 전개된다. 최근 유통 트렌드를 다루다 보니, 어디서 들어 봄직한 익숙한 내용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식품 유통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일목요연한 구성과 저자의 실무적 경험을 녹아낸 분석이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인상 깊은 몇 가지 책의 구절 중심으로 간단한 리뷰를 해보겠다.




(문장 1) '어떻게 버티고 버티고, 버티니까 결국 잘 되었어. 미래도 그럴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어떻게 버티고, 버티고, 버티면 대부분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경제, 사회 환경인 것이다.'


5년, 10년 뒤 대한민국에서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가져 다 줄 경제적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농산물 업계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저자는 인구 감소가 야기할 저성장 시대 속,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중시하는 MZ세대부터 음식으로 치유받길 원하는 중장년층까지 세대별 맞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농산물에도 이를 적용해보자. 집단 급식 사업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감자, 당근보다도 양배추, 양상추 및 특수양채 등 트렌드 메뉴에서 활용도 높은 채소 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진다. 오늘날 고령화와 농업 인구 감소에 따른 작물별 공급체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식자재 기업도 공급망 전방의 산지 및 협력사와 연계한 맞춤 전략 수립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문장 2) '기존 주력 유통업태에서 1등을 하던 유통업체가 새롭게 나타난 업태에서 1등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롯데백화점"에서 "이마트"메인 유통 채널의 주인이 바뀌었듯 이커머스에서도 PC 기반 "G마켓"에서 모바일 중심의 "쿠팡"으로 축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책에서는 그간 뭉뚱그려 이해했던 모바일 온라인 시장을 인플루언스와 미디어 커머스 등 업태별 특징을 구분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흥미로운 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온라인 채널 대부분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게 바로 농산물이다. 화장품이나 의류보다 신선식품에 대한 온라인 쇼핑 사용 고객에 대한 침투율이 현저히 낮고, 기성품보다 제품 차별화가 가능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7년 전, 필자의 회사가 온라인 사업부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통해 신선식품 중심의 전략을 검토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지우지 못해  최종 드롭되었다. 그런데 올해 식품 중심의 온라인 사업 재편을 부랴부랴 다시 추진 중이다. 왜 그때는 안 되었고, 지금은 가능할까? 신선식품 배송 인프라의 확충 온라인 사용 고객 저변 확대가 가장 큰 배경 일 것이다. 지금의 무서운 성장 추세로 미루어보면, 농산물 유통 패권마저 이커머스로 넘어가는 게 시간문제일 거 같아 보인다. 과연 그럴까? 일분일초를 다투는 신선식품 배송 경쟁시대, 올해 초 "식탁이 있는 삶"의 온라인몰 "퍼밀" 소비자가 채소나 과일을 주문하면 상품의 당도나 크기가 일정 기준에 도달했을 때 전달하는 달구지 배송 서비스로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유사한 맥락에서 필자는 향후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보다 니치 시장을 타깃으로 한 다채로운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 기대된다


반면, 백화점, 대형마트 및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사뭇 인색하다. 유통 종사자들에게 향후 투자보다는 "수확 전략" 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과거 식품 MD로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자 생각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필자 생각은 다르다. 코로나 이후 신선채소나 과일을 온라인 통해 구매하는 고객 저변 넓어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다수의 고객은 농산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사는 것에 익숙하다. 이러한 구매 동기를 눈치챈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농산물을 주 무기로 삼아 온라인 시장에 맞불을 놓는 모양새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벤더 중심의 농산물 구매 방식에 머무는 온라인 기업과 달리, 오프라인 채널들은 다년간 축적한 산지 이해도를 기반으로 농산물 소싱 전후방 단계에서 더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 전략에 있어 상당한 수준차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필자는 최소 신선농산물 부분에서는 온, 오프라인간 경쟁력 역전은 당분간 어려울 거라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롯데마트의 당일수확,  당일배송 "초신선 신선식품" 시스템

(문장 3) '한국의 역사상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소비자-유통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 농식품 마케터들은 어떻게 우리 상품과 기업을 살릴 것인가? 이 책을 시작하면서 제기했던 질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저자는 식품 기업과 업계 종사들에게 생존을 위해 과거의 성공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줄 것을 주문한다. 나아가 '국민'이나 '대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인기 범용 상품 개발을 쫒기보다 미세한 변화 흐름을 캐치하고 자신들만의 마켓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데이터 중심 농업 재배가 보편화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농산물 관련 푸디콘(푸드+유니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필자 자신과 몸 담고 있는 조직은 지금의 변화를 담아낼 자세인가? 아님 이미 뜨거워진 물을 미지근하다고 우기는 개구리처럼 멍하게 도태되어 가고 있는가?


이 책은 명쾌한 답을 준 동시에  다른 질문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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