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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Sep 24. 2021

신선 편이 농산물은 다르다

시장의 오해 그리고 전망에 대한 의견

이번 브런치에는 신선 편이 농산물에 대해 다뤄보겠다.

우선 용어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절단 가공하고 가능한 한 수확 당시의 신선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유통시키는 농산물.(출처 : 네이버)


아직까지 업계에서 간편 채소, 전처리 채소 혹은 신선 편이 농산물 등 몇 가지 용어가 혼용될 만큼 상품의 개념조차 온전히 자리 잡기 전 단계이다. 넓은 의미에서 모두 식품 공전상 법적 지위가 없는 세척 농산물 유형이다. (반면 법적 지위가 부여된 유일한 농산물은 '신선 편의 농산물'이고, 즉석 섭취 식품과 유사한 가공 채소이다.)


신선 편이 농산물은 인구 사회적 변화 흐름기초한 잠재 성장성에 비해 최근 몇 년 간은 갈지자 행보를 보여왔다. 국내 하나뿐인 협회는 회원사 간 알력 다툼 끝에 작년에 문을 닫았고, 식자재 및 F&B 시장의 몇몇 유의미한 시도들도 코로나 여파로 소 혹은 축소되었다.


신선 편이 농산물이 내포한 위험성은 공급 수요 전반에 만연해 있으며, 그간 시장의 무관심 속에 과소평가돼온 게 사실이다.


농산물은 일단 표면에 칼을 데는 순간,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미생물이 번식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첨단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 구축과 함께 선도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코로나 여파로 가공 채소 수요도 위축되면서, 영세 사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Top Player들도 설비 투자 결정을 유보한다. 유명 샐러드 체인점에 납품하는 신선 편이 농산물 제조업 중에서도 열악한 곳이 더러 있다. 더 놀라운 건, 현장에서 느낀 의식 수준의 후진성이다. 일부 업체 대표들은 너무나 쉽게, " 정도면 됐다." 혹은 "내가 농산물 전문가"라는 안일한 생각갖은 채 현장에서 일반인보다 못한 위생 관리 수준을 보인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등급외 농산물을 단순 절단한 것이라고 오해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대다수이다.


고깃집에서 쉽게 찾는 편 마늘의 세균 수는 생生으로 섭취할 경우 주의가 필요로 한  대략 10⁷마리 수준이지만 누구 하나 이를 문제 제기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신선 편이 농산물에 대한 미생물이나 안전성에 대한 규격은 없다.


(통상 일반 세균 10⁵마리는 괜찮지만, 10⁷마리부터 부패가 시작되고 10⁹마리에서는 이미 부패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신선편이 농산 수요가 다시 급증할 때이다.


얼마 전 분당 김밥집發 대규모 식중독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품에서 늘 '위생' 관련 사고의 충격 여파는 가히 절대적이다. 신선 편이 농산물 또한 결코 안전하지 않다.


예 1) 샐러드 믹스나 쌈채소 제품도 노지 작물을 수작업으로 소포장 처리하다 보니, 미생물 교차 오염에 상당히 취약한 상품군이다.


예 2) 양배추는 병충해로부터 취약한 탓에 농약을 많이 하는 대표 농작물인데도 막상 '채'나 '절단' 등 신선 편이 형태로 가정이나 대형 식당 등에서 사용할 때 물로 대충 헹구는 게  전부다.


미생물은 크게 고온에서 끓이거나 튀길 때 그리고 영하 온도에서 급랭할 때 번식을 멈춘다. 다양한 속재료를 혼합해 만드는 만두의 경우 제조과정상 10억 마리 수준의 세균이 발생하지만, 95도로 약 6분 증숙 하는 마무리 공정에서 대부분 멸균 처리된다.


반면 미생물 번식이 왕성한 4~60도 사이 위험 Zone에서 전 공정이 진행되는 신선편이 농산물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가열과 급랭 공정 없이 소독/헹굼 공정에 의존하여 모든 생물학적 위험 요인을 통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100% 제어는 불가능하다. 소위 상업적 수준의 제어가 최선이다.


업체 간 역량 표준화를 위해 관련 HACCP 보유를 의무화하는 추세지만, 세재 혜택 감소나 고정비 증가 등의 사유로 인해 단순 세척 농산물 취급을 선호하는 업체 비중은 여전히 높다.


농산물 시장은 공급자, 수요자 간 정보 비대칭이 심한 영역 중 하나인데 신선 편이 농산물은 그중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상품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고 소비하도록 요구하는 건 무리다.


일련의 혼란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인가?


미, 일 유럽 등 선진국 사례로 비추어 봤을 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원재료 관리 - 가공 - 유통으로 이어지는 벨류체인 전 단계의 수준도 이에 맞춰 자연스레 올라온다. 


국내의 경우 아직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이동하는 경계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깨끗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는 늘어나는데 비해 정작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전한 먹거리를 바라는 우리들의 바람과 달리, 우후죽순 생겨난 대다수 영세업체들은 가격과 물량 규모에 사활은 걸고 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 간의 미스매칭은 시장이 성숙해가고 선진화가 되어 가는 토대가 마련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결국 그 간극을 메우는 건 어쩔 수 없이 유통업계의 몫이라고 본다.


실제로 신선 편이 농산물 바이어로서, 필자는 업무에 상당 부분을 고객들에게 제품의 이해를 돕는데 필요로 한 일련의 활동과 업체 품질 관리 기준 수립에 할애하고 있다.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은 채 말이다.


출처 : '21.06.17~18 HACCP 관련 교육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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